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왕산 기슭에서”라는 글을 올렸다.
오 전 시장은 “오늘 오전 무악동에서 개최한 신년음악회에 참석했습니다. 꼬맹이들의 재롱잔치와 공연에 푹 빠져 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몰랐습니다”라며 “이 한 시간이 제겐 이른바 '험지출마론'으로 한달 가까이 지친 심신이 깊이 위안받는 시간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그 동안의 마음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습니다”라며 “조금 더 어려운 곳에서 야당 거물을 상대해, 수도권 총선 판세를 견인해 달라는 당대표의 요구를 쉽게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종로를 비롯한 도심이 살아야 서울이 산다는 생각과, 강남북 균형발전의 핵심은 종로라는 판단으로 선택한 종로였습니다”라며 “제 선거의 유불리는 판단의 기준이 아니었습니다. 시장으로서 사람이 몰리고 돈이 돌아가는 도심을 만들기 위해 펼쳤던 많은 사업들이 정체상태에 돌입한 것이 안타까웠습니다”라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낮에는 종로구민 여러분을 만나 뵈면서 이런 구상과 출마의지를 밝히고, 밤이면 어떤 선택이 진정으로 나라와 당에 대한 기여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참으로 혼란스러웠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무악복지센터 어르신들의 푸니클리 푸니쿨라를 들으며 상쾌해진 기분 덕분인지 다음으로 넬라판타지아 독창을 듣는 순서에 이르렀을 때, 문득 마음이 정화되며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라고 적었다.
"이분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
오 전 시장은 “지난 두달간 도심에서 가장 낙후된 창신, 숭인동 봉제단지 뒷골목을 돌며 만나 뵈었던 차갑고 거친 손의 가장들, 구석구석 노인정을 돌던 와중에 귤 몇개를 챙겨 주시며 추운데 먹어가며 다니라고 다독여 주시던 어머님들, 세종마을 식당가에서 소주잔에 막창안주를 집어주시며 끝까지 완주해 달라며 손을 꽉 잡던 어르신들, 그분들을 위해 뛰고 싶습니다”라며 “그분들의 생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걱정을 덜어 드리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정치권이 많이 어지럽습니다”라며 “위안을 드려야 할 정치권이 국민의 걱정거리로 전락한지 오래 되었습니다. 교회와 성당에서 정치인을 위한 기도를 들을 때면 더할 수 없이 창피하고 죄송스러워 고개를 들지 못합니다”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참으로 많습니다. 이제 고민이 거의 마무리되어 갑니다”라고 적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이분(종로구민?)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 오세훈 “고민 거의 마무리”
입력 2016-01-15 1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