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새로운 '선장'을 맡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 취임 첫 날인 15일 거침없는 소신발언을 하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인선 발표 후 처음으로 국회에 나와 최고위원, 중진의원들과 면담한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향후 당 운영과 총선 승리 전략을 밝혔다.
그는 수행비서를 배정하겠다는 당의 제안을 뿌리치는가 하면, 당무보고를 뒤로 미루고 자신의 행선지를 알리지 않은 채 독자적인 일정에 나서는 등 '군기잡기'에 나선 모양새다. 당은 당사가 있는 여의도 신동해빌딩 7층에 김 위원장의 사무실을 마련했다.
당 관계자 사이에서는 "선대위 등 각종 인선에서도 지도부를 배제하고 자신이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해 보인다. 김 위원장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다"는 우려섞인 반응까지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날 자신이 공천권을 포함해 전권을 부여받는 전제하에서 단독 위원장을 수락했다고 강조하며 주도권 확보에 신경을 쏟았다. 현 체제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와 일사불란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비록 전권을 내놓긴 했지만 아직 대표직을 유지한 채 2선 후퇴한 상태인 문재인 대표에 대해서도 사퇴를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4·13총선 승리 전략으로 정책을 통한 당의 재정비에 우선순위를 뒀다.
그는 '정책정당의 길'을 언급한 뒤 "지금이야말로 야당을 재정비하고 정책정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반면 야권 후보단일화나 통합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공법이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실제로 그는 간담회에서 통합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 시각을 보이며 탈당파를 비판하는 데 방점을 뒀다. 당내에서 "통합이 불투명해졌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는 "쓸데없는 명분상 (통합) 노력보다는 당의 면모를 쇄신해서 호남인들이 보기에도 저 당이 국민 안녕을 위해 효과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호남이 그렇게 어리석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안철수 의원의 탈당에 대해 내년 대선을 겨냥한 행보라고 평가하고, 호남권 의원의 탈당에 대해서도 "그 분들이 호남을 대표하는 분들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내부 전열정비와 정책정당 비전을 제시한 김 위원장은 우선 선대위 진용 구축이 시급하다. 김 위원장의 성향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 정책 중심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는 이날 SBS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시간이 얼마 없으니 내주 초라도 (선대위) 인선을 해서 곧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을 총선 체제로 전환하는 것도 김 위원장의 몫이다. 총선기획단 발족을 시작으로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비례대표후보자추천위원회 등 공천 심사에 필요한 기구 구성도 속도를 내야 한다.
김 위원장은 공천 문제에 대해 "공천룰에 따라 객관적으로 정해지는 것"이라면서도 "편파적으로 치우쳤다든가 하는 경우 약간 수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패거리 위주로 공천해선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문 대표 측에서는 선대위 인선이나 총선기획단 발족 과정에서 일부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만큼 상황에 따라 갈등을 빚을 소지가 있다. 문 대표는 혁신위원회가 만든 공천혁신안 관철 의지가 매우 강해 공천룰 수정 문제가 불거질 경우 상당한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나는 단독 선대위원장이다” 김종인의 거침없는 소신 발언
입력 2016-01-15 1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