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정국 최대 캐스팅보트” 박영선-정운찬 회동…거취 공동행보 가닥

입력 2016-01-15 18:57

야권 분당 국면의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전 원내대표와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15일 회동, 거취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이날 결론을 내진 못했지만, 더민주와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가칭 '국민의당' 어느 쪽이 됐든 공동행보를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져 최종 선택지가 주목된다.

박 전 원내대표와 정 전 총리는 양쪽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아왔다. '중간지대'에 위치한 이들의 종착지는 수도권을 비롯, 중도 성향의 야당 의원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야권 지형 재편의 변수로 꼽히고 있다.

두 사람과 막역한 것으로 알려진 김종인 전 의원이 더민주의 선대위원장으로 등판하면서 두 사람의 행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동시에 안 의원측도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어 현재로선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박 전 원내대표와 정 전 총리는 김 전 의원의 더민주 선대위원장 인선이 발표된 다음날인 이날 오전 배석자 없이 만나 향후 행보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복수의 야권 관계자가 전했다.

한 핵심인사는 "원래 이르면 오늘 어느 쪽으로 갈지를 정하려고 했으나 아직 마음을 못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두 사람이 함께 움직일 가능성이 크며, 결정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정 전 총리에 대해 "급하게 움직일 상황이 아니라며 '시간을 달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정 전 총리와 박 전 원내대표 모두 국민의당 대표 영입설이 제기돼 왔다.

정 전 총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날 만남에 대해 "김 전 의원의 선대위원장 수락 전에 잡혔던 약속으로, 잠시 만나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경제정당의 기치를 굳건히 해서 중산층 복원, 재벌개혁, 불평등 해소 등을 총선의 최대 이슈로 만들 수 있는 팀이 꾸려지는 쪽에 (마음의) 방점이 찍혀 있다"며 "그러한 철학과 가치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유불리를 떠나 가치와 철학을 기준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점에서 가능하면 정 전 총리와 같은 행선지로 가려고 한다"며 공동 행보 방침을 시사했다.

앞서 박 전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정 전 총리가 국회에서 연 동반성장포럼에 토론자로 참석, "새 경제를 위한 정치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정 전 총리를 정치권으로 모셔와야 된다"고 정 전 총리의 합류를 거듭 요청한 바 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지난 2014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 출신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당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다 강경파의 거센 반발에 직면, 결국 무산됐던 경험으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교사' 출신인 김 위원장의 합류를 바라보는 심경이 남달랐다는 후문이다.

박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이상돈 교수에서 김종인 전 의원으로 구체적 인물은 바뀌었지만 결국 박 전 원내대표가 당시 하려던 탈이념 실험이 이번에 다시 시도되는 것 아니냐"이라며 "김 위원장이 당내 패권주의 등을 극복하며 돌파해내느냐 여부도 박 전 원내대표 거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