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꽃피는 냉장고'를 아세요?

입력 2016-01-15 15:07
안병식 전주 삼천2동장이 15일 ‘사랑이 꽃피는 냉장고’ 안에 모아진 물품들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전주 삼천2동 주민센터에 설치된 ‘사랑이 꽃피는 냉장고’.
‘사랑이 꽃피는 냉장고’ 옆에 붙어 있는 안내문.
“‘사랑이 꽃피는 냉장고’를 아세요?”

전북 전주시 삼천2동 주민센터 입구에 놓여진 냉장고 1대가 영하의 날씨 속에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 냉장고는 가게에서나 볼 수 있는 5단 음료수용이지만 의미는 매우 특별합니다. 냉장고 안에는 각종 채소와 밑반찬, 과일 등이 가득 들어있습니다. 누구든 그 안에 있는 물품을 가져가도 괜찮답니다. 아니 직원들은 그 물건을 맘 편히 가져가라고 일어나서 안내합니다.

“이 추운 날, 뭣 때문에 가져다 놨대?”

민원 업무차 센터를 들어서는 주민마다 직원들에게 한마디씩 합니다.

냉장고 앞에는 ‘사랑이 꽃피는 냉장고’라는 문패가 달려 있습니다. 냉장고는 직원들의 제안으로 1주일 전 놓여졌습니다. 관내 어르신과 빈곤 가정을 주로 찾는 복지담당 직원들이 반찬이나 과일 등을 제대로 사 먹지 못하는 사정을 듣고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먹을거리에 대한 ‘나눔과 공유’ 문화를 널리 퍼뜨려 보자는 뜻이었습니다.

이 계획을 들은 완산구청에서 냉장고를 선뜻 사주었습니다. 이후 냉장고 안에는 채소와 김, 통조림, 떡, 사과 등이 차기 시작했습니다. 주민들이 하나 둘씩 기증한 것입니다.

“맘 편히 꺼내 가세요.”

주민센터는 “필요로 하는 사람은 언제든지 물건을 가져가라”고 안내문도 붙였습니다.

직원들은 홍보전단도 만들었습니다. ‘사랑이 꽃피는 냉장고를 아시나요?’란 제목이 붙은 이 전단은 겨울 추위 속 서로 작은 나눔으로 공유의 기쁨을 얻자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처음엔 눈치 때문에 냉장고 문을 여는데 주저하는 주민이 적지 않았답니다. 하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이를 찾는 주민의 수가 늘고 있다고 하네요. 몸이 불편해 직접 센터를 찾지 못하는 가정에는 직원 등이 직접 음식을 배달도 해줍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한 주민은 감사의 글을 적은 종이를 냉장고 옆에 붙여 놓았습니다.

그렇고 보니 현대판 ‘타인능해(他人能解)’라 할 수 있겠네요. ‘타인능해’는 ‘다른 사람도 능히 열 수 있다’는 뜻이지요. 전남 구례에 있는 문화 류씨의 고택 ‘운조루’ 안에 있는 나무 쌀독에 적혀 있는 글귀입니다. 조선 영조 때 이 집의 주인이었던 류이주 선생은 쌀독에 구멍을 내고 마개에 이 글귀를 써두어 가난한 이웃들이 쉽게 쌀을 꺼내갈 수 있게 했답니다.

냉장고가 자리를 잡아가자, 주민센터 측은 한꺼번에 물품이 몰릴 것을 걱정해 통·반별로 돌아가며 기증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냉장고를 하나 사주겠다고 약속했답니다.

안병식 동장은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고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글·사진=전주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