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탈북민들 “옥수수 국수로 나눔 실천해요”

입력 2016-01-15 14:02
기독 탈북민들로 구성된 갈렙선교회 회원들이 14일 저녁 서울역 인근 무료 급식소 ‘따스한채움터’에서 노숙인들에게 옥수수 국수를 대접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차가운 겨울바람이 세차게 몰아친 14일 저녁 서울역 인근 노숙인 무료급식센터 ‘따스한채움터’에서 한바탕 국수잔치가 열렸다.

“북한에서 먹던 건데, 드셔 보시라우.” 탈북민들이 권했다.

“맛이 부드럽네요…. 목숨을 걸고 탈북했다는 간증 잘 들었습니다. 나도 힘을 내 이 위기에서 탈출하고 싶습니다.”(노숙인 김모씨).

갈렙선교회(대표 김성은 목사) 소속 탈북민 10여명은 추위와 삶에 지친 500여명의 노숙인들에게 옥수수 국수 한 그릇씩을 돌렸다.

옥수수 국수는 북한 주민들이 자주 먹는 음식이다. ‘후루룩’ 넘어가는 고명과 면이 잘 어울린 맛이다. 고명은 달걀 노른자와 호박 나물, 잘게 썰은 김치 등으로 만들었다. 양과 질적인 면에서 풍성하게 먹고 남았다.

무엇보다 이 음식에는 정성이 듬뿍 들어 있었다. 옥수수 국수를 받아 든 노숙인들 사이에서는 간간이 ‘할렐루야’ 소리가 들렸다. 한 그릇을 뚝딱 먹고 다시 한 그릇을 더 요청하는 노숙인이 적지 않았다.

5년째 노숙생활을 한다는 김모(54)씨는 “겨울철 별미다. 입에 딱 달라 붙는다”며 환하게 웃었다. 탈북민들을 유심히 지켜보던 강모(60)씨는 “평소 왜 나만 힘들게 사느냐고 불평해온 점을 반성한다”면서 “지금부터 기독 탈북민들처럼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자립을 모색하겠다”고 다짐했다.

탈북민들은 더 기뻐했다. 속이 꽉 찬 만두와 음료를 나눠 준 탈북민 한모(34)씨는 “노숙인들을 대접하니 행복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남한생활이 녹록지 않지만 오히려 내가 더 감사하고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옥수수 국수 잔치는 찬양을 부르면서 흥을 더했다. 노숙인들의 입에서도 찬양이 절로 흘러나왔다. 살맛나는공동체 이병선 대표는 이날 설교를 통해 “이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시련을 겪게 마련”이라며 “역경을 극복하고 예수 믿고 천국 가는 큰 복을 받자”고 말했다.

갈렙선교회 대표 김성은 목사는 “앞으로 매년 2회 정도 노숙인들과 함께 할 것”이라며 “힘들게 남한생활을 하는 탈북민들이 봉사하는 이 모습이야말로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칭찬하실 일”이라고 말했다.

갈렙선교회는 기독 탈북민들로 구성된 북한선교단체다. 1998년 김성은 목사가 탈북민들에게 복음으로 새 삶을 찾도록 해주기 위해 한 두 명씩 설득해 예배를 드린 것이 사역의 시작이다. 충남 천안 지역에 서평교회(서울평양교회)를 운영하면서 수많은 탈북민들을 구출하고 새로운 삶을 찾도록 돕고 있다(calebmission.com).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