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현지시간) 패션의 중심지 이탈리아 플로렌스. 세계 최고 권위 남성복 패션쇼 피티우오모(Pitti Uomo) 런웨이에 낯선 모델들이 섰다. 농부, 건축노동자 등 다양한 직업군 출신인 모델들은 처음 걸어보는 런웨이에서 박수를 받으며 워킹을 마쳤다.
이들은 지중해를 통해 건너온 북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이다. 주로 감비아와 말리 등지에서 내전을 피해 살 길을 찾아왔다. 이탈리아 국제무역센터에서 열린 유엔 주제 윤리패션이니셔티브(EFI)에서 선정된 이들 19세에서 27세의 남성 난민들은 이날 세계 패션계의 주목을 받는 남성복을 몸에 걸치고 수많은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EFI는 이탈리아에 도착한 난민들이 이탈리아 패션업계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자국에 돌아가서도 관련 업종에 종사하도록 돕고 있다. 시모네 시프리아니 EFI 회장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난민들이 중요한 인적 자원이라는 걸 난민 위기를 겪고 있는 이곳 이탈리아에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난민 단체인 라이모모에서 2014년부터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이탈리아 볼로냐 도심 및 인근에서 연달아 개최되고 있다.
선정된 모델들은 지난 13일 전문 모델들과 함께 사전 사진촬영을 마쳤다. 이 자리에 함께한 나이지리아 출신 미국 디자이너 웨일 오예지데는 “패션은 단지 도구”라면서 “이런 시도를 통해 사람들이 난민들을 자신들과 동등한 인간으로 바라보게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는 현재 불경기로 14만명을 넘는 난민 인구에 일자리를 제공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때문에 주요 도시 중심가에는 일거리가 없는 난민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안드레아 마르체시니 라이모모 회장은 “이 행사의 목적은 우선 난민들에게 직업 훈련을 시키는 데 있지만,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과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세계 패션 수도’ 이탈리아의 난민 위기 해결책은
입력 2016-01-15 12:10 수정 2016-01-15 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