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기자들이 13일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낯선 표정으로 바라봤습니다. 국내 네티즌들은 “기자회견 질문지를 미리 나눠주는 게 당연한 것 아니었습니까”라며 오히려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2016년을 살아가는 한국의 단면입니다.
미디어오늘은 14일 외신기자의 반응을 담은 기사를 이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매체는 외신기자들의 트위터를 소개하며 “사전에 질문을 미리 제출하고 질문 순서까지 짜놓은 것으로 나타난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외신기자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고 질문지 사전유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발단은 제임스 피어슨 로이터통신 남북한 담당 특파원이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인 오전 10시34분 “박근혜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사전 승인된 질문들”이라는 사전 질문지로 보이는 문서를 리트윗하며 시작됐습니다. 안나 파이필드 워싱턴포스트 도쿄지국장이 이 글을 리트윗하며 “기자회견 사전 공지조차 받지 못했다”고 이런 논의조차 배부른 소리라는 듯 반응했습니다. 또 자신을 아일랜드의 저널리스트라고 소개한 존 파워는 “기자회견에 질문을 미리 제출하는 게 저널리즘인가”라는 회의에 빠졌습니다.
외신 기자들의 이런 반응은 분명 사소한 오해에서 비롯된 듯 보입니다. 미디어오늘의 보도에 따르면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회견 전날인 12일 오후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기자들로부터 사전에 질문 내용을 받지 않는다. 질문 순서와 내용을 전혀 알지 못 한다”고 밝혔습니다. 즉 미디어오늘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누군가가 거짓말을 했거나, 트위터가 해킹됐을 수도 있습니다.
외신 기자들의 이런 얼떨떨한 반응에 국내 네티즌들이 오히려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여러 커뮤니티에는 “강제추방 당하는 거 아닙니까” “저러다가 명예훼손 고소당합니다” “이게 기사가 됩니까” “기자회견 한다고 할 때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했기에 놀랍지도 않았는데 외신기자들에겐 아직도 놀라운 일인가 봅니다” “처음도 아닌 걸 새삼스럽게” “한국에서 바른 소리 당연한 소리하면 바보되는 거 모르십니까” “외국에 나가본 적 없어서 모르겠네요. 질문 여러개가 한꺼번에 들어오면 기억하기 힘듭니다… 그래도 머리가 좋으시니” 등의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설령 질문지가 사전에 유출됐다고 하더라도 국내에선 용인되는 게 씁쓸한 현실입니다. 질문지 유출 의혹 건에 관한 기사가 전혀 이슈화되지 않았다는 게 그 증명입니다. 그만큼 우리네 문화가 세계인의 문화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국정만 잘한다면야 각본에 의한 질문을 받는 게 큰 문제인가”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꽤 많을 수도 있습니다. 또 이런 문화가 익숙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모습이 창피하다고 생각된다면 반드시 고쳐야 합니다.
Pre-approved questions for today's press conference with South Korean president Park Geun-hye.
— James Pearson (@pearswick)
Here's the scenario of today's Pres Park press conference. Let's see how it goes ;)
— Subin Kim (@SubinBKim)
기자회견에서 참석하는 기자들은 대통령 위한 질문 미리 제출하는 게 저널리즘인가요?
— 존파워/John F. Power (@John_F_Power)
. - can you explain why I was excluded from 's press conference today? Don't you care about readers?
— Anna Fifield (@annafifield)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 twitter.com/kimgiza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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