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 품은 더민주 트위터, 탕수육 논쟁을 마무리하다

입력 2016-01-15 00:05
사진=pixabay
사진=더불어민주당 공식 트위터
사진=더부어민주당 비공식 트위터
공식 계정이 패러디 계정을 품었습니다. 품위나 권위는 잠시 내려놓고, 공식 계정은 패러디 계정의 문구를 거꾸로 패러디해 돌려주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공식 트위터 계정(@TheMinjoo_Kr)과 모방 계정 더부어민주당(@TheBooer_KR) 사이에 14일 벌어진 일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공식 계정에 “탕수육을 먹을 기회는 평등할 것”이라며 “부을지 찍을지 결정하는 과정은 공정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찍먹과 부먹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정의로운 결과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썼습니다. ‘찍먹’은 탕수육 먹을 때 소스를 찍어먹는다는 뜻이며, ‘부먹’은 소스를 부어서 걸쭉하게 먹는다는 의미입니다. 공식 계정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표현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공식 계정이 이렇게 쓴 것은 자신들을 따라하는 더부어민주당의 작법을 흉내내기 위함이었습니다. 앞서 더부어민주당은 “모든 탕수육이 소스의 혜택을 받을 기회를 주는 것, 그것이 더부어민주당이 주장하는 기본소스, 무상소스 정책의 토대”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연설에서 따온 세 문장짜리 패러디,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소스는 부어질 것입니다. 결과는 감미로울 것입니다”를 선보였습니다.




패러디 계정인 더부어민주당은 프로필을 통해 “탕수육과 더부어민주당”이라며 “함께사는 부먹세상을 만들겠습니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을 따라 그림판 프로그램으로 로고도 비슷하게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한국 민주화의 큰 산이었던 거산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말투를 빌린 패러디 계정 김빙삼(金氷三, @PresidentVSKim)을 떠올리시면 좋습니다. 김 전 대통령께선 생전 트위터를 하지 않았지만, 차남 현철씨는 1만9000명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자주 정치적 언급을 했습니다. 그런데 김빙삼 팔로어는 7만명이 넘을 정도입니다. 김 전 대통령 사후에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디지털 세상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더부어민주당 계정은 출범 하자마자 지난해 국민일보 4월 1일자 만우절 기획을 리트윗했습니다. 가상의 대한탕수육협회가 이날 더 이상 찍어먹지 말고 부어먹어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고 입법을 추진한다는 만우절 특집 내용이었습니다. ‘부먹’이나 ‘찍먹’ 용어의 원전인 셈인데, 이날까지 2000회 넘게 리트윗되며 회자됐습니다. 원조와 패러디 사이 선의의 동행, SNS라서 가능한 일입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