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빨래’는 한국만이 아니라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스토리와 노래 모두 호소력이 크거든요. 제가 서울에 가서 ‘빨래’를 4번 봤는데, 볼 때마다 감동을 받았습니다.”
‘빨래’의 중국 라이선스 공연을 제작하는 클리어씨 홀딩스의 야오이(姚怡) 대표는 13일 국민일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이 봤다. 그는 지난해 초 ‘빨래’를 처음 본 이후 발빠르게 한국 제작사인 씨에이치수박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부터 중국 공연의 연출을 맡은 추민주와 함께 배우 오디션을 진행중인 그는 13~17일 상하이 드라마 아트센터의 D6 스튜디오에서 한국 오리지널 버전을 먼저 선보였다.
그는 “라이선스 공연에 앞서 한국 버전을 선보이는 것은 중국 관객들에게 좋은 작품을 먼저 보여주고 싶다는 이유와 함께 중국 배우들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중국 뮤지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는 있지만 아직 뮤지컬 배우층이 두텁지 않기 때문에 이번 공연을 통해 한국 배우들의 장점을 습득하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클리어씨 홀딩스는 광고 제작과 호텔 분야의 중견기업으로 지난해 초 공연 제작사인 용마사(龍馬社)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뮤지컬 제작에 나섰다. 용마사는 영화 ‘국두’ ‘귀주이야기’ 등의 대본을 쓴 리우헝, 영화 ‘일대종사’의 대본을 쓴 저우징즈 등 유명 작가들이 주축이 되어 2008년 설립됐으며 그동안 주로 연극을 제작해 왔다. 중국에서 뮤지컬과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용마사를 인수한 클리어씨 홀딩스는 우선 한국 뮤지컬 ‘빨래’의 라이선스 계약에 나섰다.
그는 “중국에서 뮤지컬은 새로운 공연의 형태다. 아직은 뮤지컬 시장이 초기 단계지만 잠재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우리 회사는 뮤지컬 제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만 지금은 여러 작품보다는 소수의 좋은 작품을 집중적으로 키워나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에 갔다 온 용마사 직원들이 ‘빨래’를 앞다퉈 추천했다. 그래서 지난해 초 직접 서울에 가서 봤는데, 우리 회사가 찾고 있던 따뜻하면서도 재밌는 작품에 완전히 부합됐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빨래’가 10년 넘게 공연되어 왔다는 점에서 작품성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 ‘빨래’를 계약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클리어씨 홀딩스는 ‘빨래’보다 앞서 지난해 12월 18~27일 한국 라트어린이극장의 영어연극 ‘다섯 바보들(Five Fools)’을 상하이에서 공연됐다. 2007년 한국에서 처음 선보인 ‘다섯 바보들’은 당시 예술감독이었던 호주 출신의 로저 린드(1960~2010)가 작곡가 피터 윈클러와 함께 만든 것으로 국내에서도 스테디셀러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공연의 경우 영어 80%, 한국어 20%로 진행되지만 중국에서는 중국어 80%, 영어 40%로 진행됐다. 그는 “‘Five Fools’는 ‘빨래’보다 계약이 늦었지만 먼저 중국 무대에 올랐다. 아무래도 어린이극이라 ‘빨래’보다 제작 절차가 훨씬 수월했기 때문이다. 중국도 한국 못지 않게 아이들의 영어 교육열이 높기 때문에 이 작품도 큰 인기를 끌었고 조만간 앙코르 공연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 오리지널 ‘빨래’의 첫날 공연이 끝난 뒤 그는 “중국과 한국 제작사가 처음 작업하는 것이라 더딘 의사소통에 따라 자잘한 실수도 있었지만 공연 자체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앞으로 씨에이치수박과 긴밀하게 작업하면서 좀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평했다. 이어 그는 올 하반기 상하이를 시작으로 여러 지역의 소극장에서 중국어 버전의 ‘빨래’를 공연하는 한편 대극장에서 한국 오리지널 버전을 공연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한국 배우들의 실력이 워낙 뛰어난데다 중국 뮤지컬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 ‘빨래’의 대극장 공연을 씨에이치수박과 논의중이다. 그리고 여기에 맞춰 중국 배우들을 트레이닝 시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뮤지컬 '빨래'의 중국 공연 제작사 클리어씨 홀딩스의 야오이 대표 인터뷰
입력 2016-01-14 1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