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학부모는 누리과정에 전전긍긍하는데 절박함 없는 정부와 교육감

입력 2016-01-14 14:36

‘보육대란’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지만 정부와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절박함을 찾아보기 어렵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는 “누리과정 지원금 안나오면 돈 더 내야 해요?”란 학부모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이에 원장들은 “(부모님이) 정부·교육청에 항의 좀 해주세요”라고 되레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할 사람들은 ‘정치놀음’에 빠져 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취임 다음날인 14일 누리과정과 무관한 듯 움직였다. 오전엔 경기도 안산의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에 갔고, 오후에는 수원에서 국·공립대 총장들과 만났다. 취임하면 곧바로 교육감들과 만나겠다던 그였다. 유치원 교사 월급 등이 ‘펑크’나는 20~25일 보육대란이 현실화된다. 이 부총리는 18일 교육감들과 만나기로 했다.

이 부총리의 해명은 더욱 가관이다. “당초 14일 만나려고 했지만 일부 교육감과 일정을 맞추기 어려웠다”라고 했다. 이 부총리가 교육감들과 회동 의사를 처음 밝힌 건 지난 7일 인사 청문회였다. 일주일간 일정조차 조율하지 못하는 무능력을 초장부터 확인해준 꼴이다.

“청와대가 임명장을 언제 줄지 몰랐다”는 변명에는 한숨만 나온다. 청와대도 교육부도 ‘정부’다. 내부에서조차 소통이 어렵다는 점을 실토했을 뿐이다. 이 부총리가 이런 와중에 국립대 총장들을 집합시킨 건 학부모 눈높이에선 “예전엔 일개 교수와 총장 관계였지만 이제는 교육 수장과 총장이란 뒤바뀐 지위를 즐기려했다”는 걸로 비쳐진다. 이 부총리는 서울대 교수 출신이다.

갈등의 또 다른 축인 시·도교육감들도 그다지 떳떳해 보이지는 않는다. 황우여 전 부총리와는 “곧 선거 나갈 사람과 무슨 대화”이라며 대화의 문을 열지 않고는 신임 부총리가 만나자고 하니 “다른 일정이 있다”며 뒤로 미루는 태도는 사태를 해결하려는 전정성이 있는지 의구심을 품게 한다. 방송에 앞 다퉈 출연해 정부 비난에 열을 올릴 시간은 있고 협상 상대방과 만날 시간에는 인색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교육부에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하겠다고 밝힌 교육청은 대구·울산 등 6곳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정부와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기자회견에서 “교육감들이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정치적 공격수단으로 삼는다”고 맹비난하고 교육감들이 더욱 격앙되면서 대화의 여지가 대폭 축소됐다. 정말 보육대란을 피하려면 이제 ‘기적’을 바랄 수밖에 없을지 모르겠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