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처럼 내뱉은 “아이 X발!” 모욕죄로 보기 어렵다

입력 2016-01-14 10:42
상대방을 특정하지 않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낮은 수위의 욕은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경찰관에게 욕설한 혐의(모욕)로 기소된 이모(45)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이씨는 2014년 6월 요금문제로 택시기사와 시비를 하던 중 경찰에 신고를 했다. 이씨는 출동한 경찰에게 늦게 출동했다고 항의하면서 “아이 X발!”이라고 욕설을 내뱉었다가 모욕죄로 기소당했다. 1심은 이씨에게 벌금 5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출동한 경찰관에게 욕설을 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1심 선고유예를 파기하고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어떤 표현이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 아니라면 설령 그 표현이 다소 무례하고 저속한 방법으로 표시됐다 하더라도 이를 모욕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아이 X발’이라는 발언은 구체적으로 상대방을 지칭하지 않은 채 단순히 발언자 자신의 불만이나 분노한 감정을 표출하기 위해 흔히 쓰는 말”이라며 “무례하고 저속한 표현이지만 피해자를 특정해 모욕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