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연방교도소를 탈옥한 지 6개월 만에 검거된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58)과 TV 드라마에서 마약조직의 여두목 역할을 했던 멕시코 여배우가 ‘애정이 넘치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주고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영화배우 숀 펜이 지난해 10월 은신하고 있던 구스만을 인터뷰하도록 중재한 배우 케이트 델 카스티요(43)는 구스만에게 메시지를 보내 “직접 마주 보기를 열망했어요”라고 했고 구스만은 “내 친구 아름다운 그대여, 내 눈보다 당신을 더욱 보살피겠다고 약속하오”라고 화답했다고 멕시코 일간 밀레니오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둘의 메시지 왕래는 숀 펜이 구스만을 인터뷰하기 전으로 구스만이 작년 7월 탈옥한 지 2개월여 후에 이뤄졌고, 구스만은 3개의 다른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주고받았으나 정보 당국에 고스란히 노출됐다고 밀레니오는 전했다.
델 카스티요는 “생애 처음으로 누군가로부터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언젠가 우리가 대화하게 되면 저에 대해 알게 될 거에요. 배우이자 공인으로서가 아니라 한 명의 여성이자 인간으로서 당신이 저를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요”라는 메시지도 보냈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멕시코 전통 술 테킬라의 브랜드를 보유한 델 카스티요는 “저의 테킬라를 가져가서 당신과 함께 마시고 싶어요. 꼭 해보고 싶었던 거였거든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멕시코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라 레이나 델 수르’(남부의 여왕)에 출연했던 델 카스티요는 2012년 1월 트위터에서 “진실을 숨기는 정부보다 ‘엘 차포’(키가 작다는 뜻의 구스만 별명)를 더 믿는다”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킨 적 있다.
델 카스티요는 당시 “병을 고치는 방법이나 거리 어린이들을 위한 음식, 노인들을 위한 술 같은 것 등 좋은 것들을 팔면 어떨까. 또 노예가 되는 여성이나 어린이들 말고 부패한 정치인들을 밀매하는 것 말야”라면서 “당신은 영웅 중의 영웅이 될 거야. 자 사랑을 몰래 팔아보자고. 어떻게 하는지 알잖아”라며 구스만의 범죄 행위를 두둔하기도 했다.
구스만으로부터 함께 전기 영화를 만들자는 제안을 받은 델 카스티요는 숀 펜과 인터뷰가 끝난 뒤 자신의 거처로 돌아와서 “당신을 만나고 나서부터 깊은 잠을 이룰 수 없어요”라며 “우리들의 이야기가 어떨지 흥분돼요. 제가 정말 생각해오던 것이었거던요”라는 메시지를 또 보냈다.
구스만은 “우리 이야기보다 당신이 더 나를 설레게 한다”며 카스티요가 작년 10월 23일 생일을 맞자 축하를 하면서 “조만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멕시코 정부의 한 관리는 “구스만은 델 카스티요에게 아마도 푹 빠졌던 거 같다”고 했다.
자신이 이끄는 마약조직인 ‘시날로아’의 본거지인 시날로아 주 산악 지역에 숨어 있던 구스만이 해변 도시인 로스 모치스로 내려온 것은 군의 포위망에 좁혀져 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델 카스티요를 다시 만나려는 이유가 더 컸을 것이라고 이 관리는 추측했다.
구스만에게 애정을 느끼게 한 델 카스티요가 로스 모치스에서 구스만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멕시코 당국이 파악한 ‘구스만의 여자’는 4명이고, 이들과의 사이에 8명 안팎의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내 눈보다 당신을 더 보살피겠소”, “난생 처음 누군가 보살펴주는 느낌” 마약왕-멕시코 여배우 문자
입력 2016-01-14 0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