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세트메뉴'로 추진해 온 노동개혁 5대 법안의 묶음을 해제하면서 지지부진한 국회 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9월16일 의원총회를 거쳐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호법(산재법),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보호법(기간제법), 파견근로자보호법 (파견법) 등 5개 법안의 개정안을 당론 발의했다.
이들 법안 처리는 노사정 대타협과 더불어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노동시장 개혁의 요체로 꼽혔다. 새누리당은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를 꾸리고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 위원을 교체 투입하는 등 법안 처리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정기국회 처리를 다짐했던 노동개혁 5대 법안은 야당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쟁점법안으로 분류됐고, 여야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12월 임시국회 처리마저 무산된 채 해를 넘겨 1월 임시국회로 넘어온 상태다.
새누리당은 결국 5대 법안 가운데 기간제법을 '추후 논의' 대상으로 뺐다. 기간제법 처리를 약 4개월 만에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는 나머지 4개 법안이라도 통과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은 노동개혁 5대 법안이 "분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법안"(권성동 환노위 간사)이라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끝내 기간제법 제외로 돌아선 데는 원내지도부와 청와대 및 정부 수뇌부의 의견 교환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여야 원내지도부의 이른바 '3+3 회동'에서도 노동개혁 법안 합의가 불발되자 이튿날 밤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출국하기 직전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이 같은 '수정 제안'을 내놨다고 원내 핵심 관계자가 13일 연합뉴스에 전했다.
곧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신년 담화에서 기간제법 제외 방침을 공식화했다. 박 대통령은 "일자리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차선책으로 노동계에서 반대하고 있는 기간제법과 파견법 중에서 기간제법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하는 대신, 파견법은 받아들여달라"고 말했다.
노동개혁 5대 법안 중에서도 여야 간 대립이 첨예한 기간제법과 파견법 가운데 기간제법은 미루되 파견법은 나머지 3개 법안과 함께 조속히 통과시켜달라고 호소한 셈이다.
35세 이상 기간제 근로자와의 계약기간을 현행 2년에서 본인이 원할 경우 2년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기간제법은 야당이 "비정규직 양산 법안"이라며 극력 반대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기간제법을 일단 처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만큼 공전을 거듭하는 환노위에서 여야가 나머지 4개 법안을 놓고 마주앉을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난해 크리스마스 연휴 때의 '릴레이 회의'부터 야당이 가장 난색을 보였던 법안이 기간제법"이라며 "파견법은 기간제법보다 적용 대상자가 적어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판단에 정부 측과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더민주는 그러나 기간제법 뿐 아니라 파견법에 대해서도 정부가 한층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야 한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혀 협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법안을 놓고 흥정을 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기간제법을 중장기 과제로 돌린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파견법에 대해서도 우리당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파견법은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으로 확정 판결된 현대차의 파견노동자를 합법적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으로 재벌·대기업이 가장 원하는 법"이라며 "대통령이 최고로 나쁜 법을 가장 먼저 통과시켜달라는 것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목희 정책위의장도 "파견법은 워낙 엄청난 것이고, 노동시장을 전면적으로 뒤흔드는 그런 사안"이라며 "내용을 전면적으로 바꾸면 검토해볼 용의가 있다"고 사실상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추진하는 국민의당(가칭) 측도 파견법과 관련한 우려를 표했다. 다만 '논의 가능성'에 대해선 열린 태도여서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여야 협상의 변수가 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이태규 대변인 대행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부의 파견법 개정안은 좋은 일자리가 아닌 나쁜 일자리를 만드는 개정안"이라며 "파견 허용업종 확대에는 신중해야 할 것이며, 허용 기간 연장은 중장년에 대해 혜택을 주는 차원에서 재검토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더민주 “파견법이 최고로 나빠”-기간제법 제외'로 노동개혁 4법 극적타결?
입력 2016-01-13 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