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경기를 할 때 흔히 하는 얘기 중 하나가 “스포츠맨십을 먼저 배워라”는 것입니다. 정정당당하고 공정하게 승부를 겨루는 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죠. 하지만 실제 경기를 하다보면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승부 자체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거액의 돈이 걸려 있는 프로 경기에서는 말할 것도 없죠.
지난 주 호주의 퍼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6 호프만 컵 테니스 대회에서는 잊고 있었던 스포츠맨십을 떠올려 줄 만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미국의 잭 삭과 호주의 레이튼 휴잇이 맞대결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첫 세트 게임스코어 4대 5로 뒤져있던 상황에서 서브권을 갖게 된 휴잇이 강한 서브를 넣었습니다. 하지만 심판은 선 밖으로 나갔다며 즉각 ‘폴트’를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건너편의 상대 선수 잭 삭이 손을 들더니 휴잇에게 이의를 제기하라고 얘기합니다. 잭 삭은 공이 선 안에 떨어지는 것을 봤다는 것이죠.
평소 접하기 힘든 낯선 상황이 펼쳐지자 휴잇은 당황스런 표정을 짓고, 관중석에서도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폴트’를 선언한 심판도 당황하며 잭 삭에게 공이 선 안으로 들어갔냐고 물어봅니다.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던 휴잇이 잭 삭의 거듭된 권유에 마침내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합니다. 주심은 휴잇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여 전자장비 판독을 주문하고, 잠시 후 판독 결과 잭 삭의 조언처럼 서브가 ‘인’으로 처리됩니다. 관중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온 건 당연한 일이었지요.
잭 삭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휴잇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서브가 인이 되면서 휴잇은 자신의 서브 게임을 따낸 뒤 게임 스코어 4대 5의 열세를 뒤집고 세트스코어 2대 0으로 승리합니다.
2014년 윔블던 대회 남자복식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한 실력파 잭 삭은 비록 이날 경기에서는 패했지만 많은 팬들과 동료 선수들의 마음을 얻었습니다. 정정당당하지 않은 승리는 결코 원하지 않는다는 그의 웃음은 경기를 본 이들에게 스포츠맨십을 다시 한 번 떠올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영상]게임에 져도 마음을 얻는 법…"윔블던 우승자는 다르네"
입력 2016-01-14 0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