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3일 발표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의 핵심 키워드는 '경제'와 '북한'이었다.
'안보와 경제' 두 축의 동시적 위기라는 인식 하에 담화 앞부분에 강력한 대북제재 의지를 밝히고 중국의 역할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는 한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중요 법안 처리에 담화의 상당한 내용을 할애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국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한숨'을 내쉬며 법안 처리가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한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날 청와대 춘추관 2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대국민담화는 오전 10시30분부터 11시1분까지 31분 동안 진행됐다. 이어진 질문 응답은 오후 12시9분까지 1시간8분 동안 열렸다.
복장은 이번에도 '붉은색 재킷'이었다. 박 대통령은 결연한 의지를 밝힐 때 붉은색 재킷을 자주 입어왔다. 이 때문에 붉은색 재킷은 '전투복', 또는 '경제활성화법'이라고 불려왔다.
이날 대국민담화 동안 '국민'이란 단어는 38차례 나왔고, '경제'는 34차례, '일자리'는 22차례, '개혁'은 21차례 이야기했다.
또 '북한'이란 단어는 19차례, '국회'란 단어는 17차례 나왔고, 노동개혁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노동'이란 단어는 15차례 나왔다.
이밖에 '위기' 13차례, '통과' 13차례, '핵실험' 10차례, '노사정' 8차례, '청년' 8차례, '안보' 8차례 등의 순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담화에서 통일에 대한 표현이 사라진 사실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4년 담화에서는 7차례, 지난해 담화에서는 10차례에 걸쳐 '통일'에 대해 언급했다. 또 이날 담화에서는 '대화'나 '교류' 등의 표현도 실종됐다.
반면 '북한'이라는 표현은 지난해 5차례보다 4배 가까이 많은 19차례나 언급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대화가 단절되고 긴장의 파고가 높아진 남북 관계의 현 주소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이번 담화는 북핵 문제보다는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 법안 처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로 전체 담화문 9천881자 가운데 북핵에 대한 내용은 2천657자로 전체의 27%이다. 반면 국회를 상대로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내용은 6천232자로 전체의 63%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10% 정도는 국민에게 개혁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또한, 이날 박 대통령의 담화문을 보면 국회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상당히 높았다.
특히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 4법을 1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 주셔야 한다. 이번에도 통과시켜주지 않고 방치한다면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 아닌 개인의 정치를 추구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목소리가 고조됐다.
이어진 질문·응답 시간에 국회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주요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심경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위안부 협상 합의'에 대한 비판적인 질문이 나오자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었다며 협상 결과를 적극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또 "국민 여러분께서 나서서 힘을 모아주신다면 반드시 개혁의 열매가 국민 여러분께 돌아가는 한해를 만들겠다"며 "다 함께 힘을 모아 변화와 희망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갑시다"고 호소하는 대목에서는 감정에 북받친 듯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이날 연단 뒤편에는 이병기 비서실장,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과 수석 바서진,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 등이 배석했다. 또 내외신 기자 110여명은 연단과 약 2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책상 없이 의자에 앉아 회견에 참여했다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과 달리 국무위원들은 배석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실을 방문했다.
박 대통령의 기자실 방문은 4번째로, 박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8월 '경제 재도약 위한 대국민 담화문' 발표, 지난해 1월12일 신년 회견, 2014년 1월6일 신년회견 이후 각각 기자실을 찾은 바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경제는 34회...통일·대화는 ‘0’ 언급” 전투복 입고 대북 강경 메시지
입력 2016-01-13 1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