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취임 후 5번째 대국민담화에서 일문일답 형식의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2014년과 2015년 신년 기자회견 당시 사전 질문지가 보도되면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올해는 청와대가 특별히 박 대통령과 기자들의 즉각적인 문답이 이뤄진다고 홍보까지 했었죠.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회견 전에 기자단의 질문순서와 요지가 인터넷에 공개됐습니다. 사실 이런 회견에서는 질문이 중복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미리 순서와 질문 주제를 협의하는 건 불가피합니다. 아마 그렇게 정리된 부분이 미리 공개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회견에서 내용 자체와는 별개로 가장 많은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던 때는 박 대통령이 다섯 번째 질문을 받고 답변을 한 다음이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다섯 번째 질문자로 나선 이는 한 경제신문 기자였습니다. 정부의 성장률 낙관론과 가계부채, 부동산 경기 부양책, 전세난, 수출 경쟁력 강화, 내수 진작 처방책 등 다양한 주제에 걸친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질문에 포함된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박 대통령은 꼬박꼬박 답변한 뒤 “답을 다 드렸는지요. 답을 안 한 게 있나요? 머리가 좋으니까 제가 기억을 하지”라고 덧붙였습니다. 평소 이런 농담을 자주 하지 않는 스타일인 대통령의 깜짝 멘트에 기자회견 참석자들과 시청자들은 소위 ‘빵’ 터졌죠.
하지만 일부에선 농담을 그 자체만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회견 직후 로이터의 제임스 피어슨(James Pearson)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Park Geun-hye just said it’s because she’s “so smart” that she can remember all these (pre-approved) press questions!(박 대통령은 미리 승인된 언론의 질문을 모두 기억할 수 있는 자신이 아주 똑똑하다고 말했다)”라고 글을 올렸습니다. 이어 “That’s good press freedom banter(아주 훌륭한 언론 자유에 관한 농담)”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 시간 쯤 후 피어슨 기자는 트위터에 “‘내가 머리가 좋으니까 기억을 다 하지’ ㅋㅋㅋ 아휴”라는 한글 멘션을 추가로 올렸습니다. 네티즌들은 “한국어도 잘하나보다”라거나 “재미있는 기자”라며 관심을 보였습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빵 터진 박 대통령 농담 "머리가 좋으니까 기억을 다 하지"
입력 2016-01-13 1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