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한 임의동행 음주운전 측정거부 처벌 못해…항소이유서 제출기한 전에 선고 부당

입력 2016-01-13 14:20
별개의 폭행 사건으로 조사를 받던 피의자가 음주운전 조사를 거부했다 하더라도 적법한 임의동행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 거부 혐의로 기소된 주모(55)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주씨는 2012년 5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피해자 A씨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주씨가 음주운전을 한 것 같다는 A씨의 진술을 듣고, 폭행사건으로 조사받던 주씨를 교통조사계 사무실로 데려가 음주측정을 요구했다. 주씨는 3차례 경찰의 측정요구를 모두 거부했다.

1심 재판부는 주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과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동행을 거절하는 피고인의 팔을 잡아끌고 교통조사계로 데리고 간 것은 위법한 강제연행”이라며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한 음주측정 요구 역시 위법하기 때문에 불응했다고 해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같은 재판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등 혐의로 기소된 강모(52)씨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광주지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항소이유서 제출기한이 지나기도 전에 선고한 판결은 위법하다는 취지다.

강씨는 지난해 2월 혈중알코올농도 0.126% 상태로 화물차를 몰다가 승합차를 들이받았다. 항의하는 피해차량 차주를 폭행하기도 했다. 1심은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같은해 10월 7일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송달했고, 피고인 측 변호인은 항소이유 요지만 제출했다. 구체적 항소이유는 추후 제출하겠다고 기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10월 8일 구두변론을 진행한 뒤 같은달 22일 판결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항소이유서를 제출할 기회를 박탈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항소이유는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받고 20일 이내에 제출하도록 돼 있는데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선고했다는 설명이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