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제자 자살 막지 못한 교사, 항소심서 무죄

입력 2016-01-12 23:11
‘왕따’에 시달리던 제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까지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교사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오연정)는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서울 양천구 S중학교 교사 안모(50)씨에게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S중학교 2학년생 김모(당시 14세)양은 2011년 3월부터 동급생 7명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김양의 부모는 담임교사 안씨에게 “더 폭행을 당하지 않도록 우회적인 방법으로 조사해 적절한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안씨는 가해 학생을 불러 주의를 주며 훈계했지만 학교장에게 보고하거나 징계조치를 밟지는 않았다. 따돌림을 견디다 못한 김양은 같은 해 11월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재판부는 “왕따를 과소평가해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고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통보도 하지 않아 보호·감독의무를 소홀히 했음은 인정된다”면서도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직무를 의식적으로 방임·포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직무유기죄는 공무원이 국가기능을 저해하는 행위를 의식적으로 해 처벌이 필요할 정도일 때 성립한다”며 “안씨가 김양 부모의 요구를 ‘학교폭력 사실이 공개돼 2차 피해가 가지 않도록 우회적인 방법으로 조치해 달라’고 안일하게 판단한 것일 뿐 직무에 관한 의식적인 포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