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편지]단원고 졸업생에게 읽어주지 못한 눈물의 ‘졸업축사’

입력 2016-01-13 00:03 수정 2016-01-13 09:00
사진=단원고 졸업생에게 읽어주지 못한 눈물의 ‘졸업축사’ 영상편지로 만나보세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의 부모님들이 작성한 ‘졸업식 축사'가 많은 누리꾼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4·16 가족 협의회 집행위원장인 유경근 씨는 안산 단원고 졸업식을 하루 앞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단원고 졸업생들에게 드리는 엄마·아빠들의 축사'라는 제목으로 글을 게시했습니다.

“여러분의 졸업은 슬픈 졸업이 아닙니다”라고 시작한 유 위원장의 글은 “내 아이의 졸업식에 졸업생 학부모 자격으로 참석할 줄 알았는데, 그러는 게 당연했는데, 내 아이 친구들의 졸업식에서 축사하는 입장이 되었군요”라며 희생된 아이들의 졸업식에 가지 못한 부모님들의 안타까운 마음이 담겨있었습니다.

유 위원장은 졸업생들에게 “서럽고 고통스러웠던 길을 잘 걸어와 줘서 고맙다”면서 “앞으로도 절대 주눅들지 말고 자책도 하지 마세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생존 학생들을 격려했습니다.

또 유 위원장은 “여러분들에게 바라는 것이 딱 하나 있다”며 “우리들처럼 어리석고 바보 같은 어른은 되지 말라. 여러분은 우리들처럼 아이를 잃고 나서야 무엇이 잘못인지를 깨닫는 미련한 어른이 되면 안된다”고 당부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내 아이를 바라보는 심정으로 앞으로 여러분들이 나아가는 길을 응원할게요. 별이 된 250명 친구들과 12명의 선생님들이 언제나 여러분을 지켜줄 것”이라며 생존자 학생들을 진심으로 응원했습니다.

희생자 유가족들은 “단원고등학교 졸업식 때 축사를 할 수 있는지 학교 측에 문의했으나 생존자 학부모님들의 반대로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축사를 하게 됐다”며 “졸업하는 친구들에게 이 축사가 꼭 전해지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희생학생 유족들은 지난 12일 학교 측에서 제안한 명예졸업식을 거부했습니다. 유가족 측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아이들과 선생님이 있다”며 합동분향소에서 희생자를 기리는 ‘다짐의 헌화식’으로 졸업식을 대신했습니다.

한편, 지난 12일 안산 단원고등학교는 사고 당시 생존자인 단원고 3학년 학생 75명을 포함, 86명에 대한 졸업식을 열었습니다. 졸업을 마친 생존학생과 학부모들은 합동분향소를 찾아 단상에 졸업장을 올리고 묵념을 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다음은 희생된 학생의 부모님들이 전한 ‘졸업식 축사’ 전문>

“여러분의 졸업은 슬픈 졸업이 아닙니다.”

뭐라고 먼저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내 아이의 졸업식에 졸업생학부모 자격으로 참석할 줄 알았는데, 그러는게 당연했는데, 내 아이의 친구들의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는 입장이 되었군요.

12년 학교생활을 마치고 스무살 성인이 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대견함과 불안함과 안타까움을 함께 느끼는 평범한 엄마아빠일 줄 알았는데, 이런 졸업식이 한없이 부럽기만 한 엄마아빠가 되어버렸군요.

하지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오늘 졸업하는 83명 여러분들이 내 아이처럼 잘 커가기를 바라고 있답니다.

여러분은 내 아이가 키우던 꿈을 함께 나누었던 친구이기 때문에. 여러분은 내 아이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했던 친구이기 때문에.

여러분은 내 아이를 이 엄마아빠보다도 더 오랫동안 기억해줄 친구이기 때문에.

지난 637일 동안 참으로 서럽고 고통스러웠던 길을 잘 걸어와줘서 고마워요.

정말 힘들었죠? 울기도 많이 울었죠?

어른들이 몰아넣은 참사의 한가운데에세 스스로 탈출한 것이 무슨 죄라고 이 사회가 여러분들에게 한 짓을 우리 엄마아빠들 모두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요.

그동안 잘 해왔지만 앞으로도 절대 주눅들지 마세요. 자책도 하지 마세요. 여러분들의 잘못이 아니는 것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잖아요.

앞으로 여러분들의 겪을 어려움도 많을거예요. 가는 곳마다 이것저것 질문도 많이 받겠죠.아마 위한답시고 특별하게 대해주려는 사람들도 있을겁니다.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게, 떳떳하게, 자신있게 대하세요. 그래야 되요. 별이 된 250명 친구들과 열두 분 선생님들이 언제나 여러분들을 지켜줄거니까요.

별이 된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여러분들에게 부담스러운 짐, 떨쳐내고 싶은 기억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별이 된 친구들과 선생님들은 여러분들을 늘 응원하고 힘을 주는 천사 친구, 천사 선생님이예요.

별이 된 친구들을 대신해서 더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도 할 필요 없어요. 그저 여러분들이 꿈꾸는 삶을 최선을 다해서 떳떳하게 살아주세요, 여러분들의 삶 속에서 별이 된 친구들과 선생님들은 환히 웃고 있을테니까요.

여러분들에게 바라는 것이 딱 하나 있어요. 꼭 들어주면 좋겠어요.우리들처럼 어리석고 바보 같은 어른은 되지 마세요. 절대로.

여러분은 우리들처럼 아이를 잃고 나서야 무엇이 잘못인지를 깨닫는 미련한 어른이 되면 안되요. 절대로.

내 아이를 바라보는 심정으로 앞으로 여러분들이 나아가는 길을 응원할게요.

그러고 여러분들이 겪었던 그 일, 여러분들의 친구들이 스러져갔던 그 일의 진실을 꼭 찾아낼게요.가끔은 여러분들도 우리 엄마아빠들을 응원해주세요. 그럴 수 있죠?

여러분들의 졸업을 정말정말 축하하고 축복해요.

별이 된 아이들, 선생님들과 우리 엄마아빠들이 함께.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