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장론, 다시 고개 들다” 北핵능력 고도화 대비

입력 2016-01-12 17:08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지금까지 대화를 통한 6자 회담 재개를 주장해온 대북 전문가 그룹 일각에서도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에 대비해 우리나라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민간 싱크탱크인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통일연구전략실장은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재래식 무기 구입에 들어가는 막대한 국방 예산을 줄일 수 있고 청년들의 군 복무 기간도 대폭 줄일 수 있어 실(失)보다는 득(得)이 더 많을 것"이라며 핵보유를 주장했다.

'대화론자'로 꼽히던 정 실장은 "북한의 3차 핵실험 때까지도 한국의 핵무장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입장이었다"며 "저도 비핵화를 주장해왔지만, 이번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비핵화는 달성할 수 없는 목표라는 것이 명확히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수년 내에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제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임시처방 수준을 넘어서는 근본적인 처방의 마련, 국가안보 패러다임의 전환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핵보유 주장'을 금기로 여기던 대북 전문가 그룹에서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통일연구원장을 역임한 김태우 건양대 교수도 비상상황 시 핵무장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핵물질의 농축·재처리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김 교수는 "핵비확산조약(NPT)에 저촉돼 각종 무역 및 경제제재를 받게 되는 핵무장은 굉장히 어렵지만, NPT가 불법으로 간주한 영역이 아닌 핵물질 농축·재처리는 한미간 동맹외교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면과제는 이것"이라면서 "그래야 정말 다급할 때 핵무장을 검토할 수 있고, 북핵을 말리지 못하면 한국도 핵무장을 할 수 있다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정치권에서는 여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핵무장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감수해야 할 대가가 너무 크고 북한 비핵화의 명분을 잃는다는 점에서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북 전문가들도 다수는 핵무장론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우 핵을 통해 균형은 유지했으나 평화를 이루지는 못했다"면서 "핵을 통한 '공포의 균형'은 냉전시대 현상유지론일뿐 평화를 위한 방안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설사 핵무장을 했다고 해도 (국제사회의 제재로) 경제가 망하면 국방도 망한다"면서 "경제를 망치고 핵을 갖는다면 북한꼴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한의 핵무장은 첫째로 북한의 핵보유를 논리적으로 인정하는 꼴이 되며, 둘째로는 동북아의 핵도미노 현상이 불가피하게 한다"면서 "아울러 수출의존형인 한국 경제는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를 견디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핵물질의 농축·재처리 권리를 갖는 방안 등도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면서 "현실과 미래에 다가올 객관적 상황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즉흥적으로 나오는 발언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