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으로 北과 대화 필요성 증가” 그레그 “美대북정책 총체적 실패”

입력 2016-01-12 12:32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는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관련해 "북한과 대화할 필요성은 증가했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이 그것(북한과 대화)을 하기는 극히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레그 전 대사는 국내 싱크탱크인 동아시아재단(이사장 공로명)이 최근 발간한 '정책논쟁'에 '미국을 보는 북한, 불신의 단초들과 실패의 역사'이란 제목의 글을 기고한 뒤 지난 6일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추가 메시지를 보내 "(미국이) 최근 북한의 핵실험을 예측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동아시아재단 관계자가 전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기고문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포함해 역대 미국의 대북정책을 "총체적 실패"라고 규정한뒤 "(대북정책은) 미국 정보기관 역사상 가장 오래도록 실패를 맛보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오랜 기간 북한을 연구해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1989년부터 1993년 주한 미국대사를 역임한 사실 등을 거론하며 "외교관 입장에서도 북한은 미국 외교사에 있어서 총체적 실패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이른바 '전략적 인내'에 대해서도 "이 정책은 대화가 최선이라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태도"라고 주장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미국 외교계의 거두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의 대화도 소개했다.

키신저 박사는 '북한을 효과적으로 대하는 방법은 전체주의적 통치체제에서 벗어나 진화하는 과정을 동북아 국제정세 발전의 한 부분으로 바라보고 이를 추진해야 하며, 미국이 핵 문제에만 매달려 북한과 대립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런 진화는 더딜 것'으로 봤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도 "이런 키신저 박사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이 글에서 "가장 긍정적 부분을 언급하고자 한다"면서 "바로 김정은이 보여주는 경제회복 노력과 핵위협 언급을 자제한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미국을 상대로 북한식의 '전략적 인내'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지난 6일 4차 핵실험을 감행한 김정은의 '마이웨이' 행보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치명적 한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