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구스만 체포 순간 "내 휴가는 끝났다"

입력 2016-01-12 08:50 수정 2016-01-12 10:02

멕시코 연방교도소를 탈옥한 지 6개월만 붙잡힌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은 군의 작전이 시작되자 하수구를 통해 달아났다가 검거된 것으로 밝혀졌다. 군이 하수구 출구 쪽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멕시코 해군 특수부대가 지난 8일(현지시간) 시날로아주 로스 모치스 시에서 검거에 나선 과정을 촬영한 멕시코 방송사 텔레비사가 11일 이같이 보도했다.

구스만은 그의 조직원들이 은신해 있던 가옥 옥상 등에서 군과 총격전을 벌이는 등 어수선한 사이 가옥 내 의상실 거울 뒤에 만들어 둔 비밀 통로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 하수구에서 몇 시간을 숨어 있었다.

그러나 비가 오면서 하수구에 물이 차자 가옥과 1.5㎞ 떨어진 곳의 맨홀 뚜껑을 열고 나오려다가 붙잡혔다.

구스만은 검거되는 순간 “이제 내 휴가는 여기서 끝났다”는 말을 했다고 텔레비사는 전했다.

그가 은신처에 유사시 도망갈 수 있는 통로를 항상 조성한다는 사실을 파악한 군은 이번에는 그를 놓치지 않았다. 2013년말 구스만을 쫓던 멕시코군과 미국 마약단속국(DEA)은 근거지인 시날로아 주도 쿨리칸의 은신처를 급습했으나, 욕조 밑에 조성해 둔 미로 같은 지하 탈출 통로로 빠져나간 뒤였다.

이번에 구스만이 은신해있던 로스 모치스의 가옥 욕실 안에는 2명의 여성이 숨어 있었고, 마약갱단 여자 부두목을 소재로 한 드라마 ‘남부의 여왕' DVD도 발견됐다. ’남부의 여왕'은 지난해 10월 미국 영화배우 숀 펜이 구스만을 인터뷰할 수 있도록 주선한 멕시코 여자 배우 카테 델 카스티요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다.

멕시코 일간 엘 우니베르살은 숀 펜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과 카스티요가 지난 10월 2일 중부 과달라하라의 한 공항에 내려 구스만의 조직원으로 보이는 남성과 인사를 모습이 담긴 사진을 입수해 공개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