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폭력을 참다못한 11세 소년이 자신의 아버지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더 큰 충격은 이들 모자는 거의 매일 가정폭력에 시달렸고 이웃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신고는 단 한 것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온라인 곳곳이 술렁였다. 신고자의 신변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방관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소년이 안쓰럽다는 반응도 쏟아졌다.
JTBC 뉴스룸은 지난 11일 이웃 주민들의 말을 인용해 A군(11)의 집에 평소 부부싸움이 잦았고 숨진 A군 아버지의 폭력은 매일 같이 이어져 왔지만 단 한 건의 신고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A군은 지난 7일 밤 10시45분쯤 자신의 집에서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 B씨(55)를 흉기로 찔렀다. 이날 6살 된 동생과 외출했다가 돌아온 A군의 어머니는 귀가가 늦었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한다.
이를 보다 못한 A군은 주방에서 흉기를 가지고 와 아버지 B씨의 좌측 복부를 한차례 찔렀다. B씨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겼지만 3시간 만에 숨졌다. A군은 평소 이웃 주민들에게 우리 엄마는 자신이 아니면 죽었다는 말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A군의 집에서는 컴퓨터 7대가 부서질 정도로 가정폭력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A군의 집은 경기도 김포시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목격자가 많았다. 입주가 시작된 지 3년이 안 된 단지여서 이웃의 사정을 잘 몰랐다고 하더라도 최소 2년 이상 폭력을 목격했을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A군 가정의 폭력을 심각하게 여긴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실제 한 이웃주민은 JTBC에 “가정 싸움이니까, 그걸 누가 (신고를) 하겠냐”며 “저 집이 또 싸움을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지. 자기가 다칠까 봐 피하려한다”고 말했다. 이는 목격자가 많은 만큼 누군가 신고하겠지 하는 생각에 책임이 분산되는 결국 아무도 신고하지 않는 이른바 제노비스 신드롬, 방관자 효과 때문이라고 매체는 분석했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기사 아래에는 삽시간에 수 십 건에 댓글이 달리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신고를 할 수 없는 상황을 조목조목 따진 댓글이 많았다. 한 네티즌은 “신고해서 경찰이 오더라도 가정사니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라고 지적해 200건에 육박하는 공감을 얻었다. 다른 네티즌도 “남의 일 참견했다가 덤터기쓰는 일이 많아 않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다”라고 주장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비리를 신고하면 오히려 퇴출시키고 왕따 시키는 사회다” “경찰에 신고하니 짜증먼저 내더라” “경찰이 문제가 아니라 법이 문제다” “신고하면 비밀보장이 안 되는데 누가 신고 하냐” “법과 현실이 동떨어졌기 때문에 방관자들이 생겨나는 거다”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반면 “컴퓨터 7대가 부서질 정도로 가정폭력이 심했다면 말 다했지” “무서워서 피했는데 양심에 가책이 느껴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편 A군은 경찰조사와 함께 심리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가정폭력 신고 한 건도 없었다” 11살 아들 아버지 살해 사건 ‘씁쓸’
입력 2016-01-12 08:35 수정 2016-01-12 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