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초반의 엄마와 초등학교 5학년 딸(11)이 추운 겨울 난방도 되지 않는 다가구주택 지하방에서 무려 6t의 쓰레기를 치우지 않은 채 1년 가까이 비참한 생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글세로 살고 있는 이 집은 도시가스조차 오랜 기간 끊겨 있었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심곡2동 주민자치센터는 지난해 7월부터 차상위계층의 모든 가구를 대상으로 생활실태조사를 하던 중 모녀만 사는 이 가구에 주목했다.
이 집에 사는 주부가 유독 가정 방문을 꺼리고 밖에서만 만나려고 고집했기 때문이다.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은 사회복지사는 여러 차례 설득한 끝에 지난해 12월 7일 집안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사회복지사는 순간 눈앞의 광경이 믿기지 않았다.
방과 부엌은 페트병과 종이 박스, 비닐 등 온갖 생활 쓰레기로 꽉 차 있었고, 방은 도시가스 공급이 중단돼 차디찬 냉골이었다.
다행히 음식을 해먹지 않은데다 겨울철이어서 악취는 나지 않았다.
발견 당시 주부 스스로 쓰레기를 치우겠다고 말해 쓰레기봉투를 무상 제공했으나 1주일이 지나도 그대로 있자 주민자치위원들이 중심이 돼 쓰레기를 모두 처리했다.
이 집에 서서 치운 쓰레기는 봉고 트럭 6대 분인 약 6t에 달했다. 이 중에는 냉장고, TV, 전자레인지, 컴퓨터 등 폐전자제품도 있었다. 유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세탁기를 돌려 빨래를 한 덕분에 악취가 나지는 않았다.
심곡2동 주민센터 길병욱(40) 사회복지사는 11일 “청소를 안한지 1년은 된 것 같았다”며 “창문이 가려져 있고 악취가 나지 않아 이웃들은 이들 모녀의 생활을 잘 몰랐던 같다”고 말했다.
조사결과 이 주부는 수년 전 남편과 이혼하고 공공근로를 하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왔고, 딸은 학교 수업이 끝나면 지역 아동센터에서 저녁을 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모녀는 저녁 때 만나 도서관이나 대형서점 등에서 시간을 보내다 오후 10시쯤 귀가해 방 한 켠에 이불을 깔고 잠만 잤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센터는 집안을 소독하고 중단된 도시가스 공급을 재개하도록 조치했다.
또한 체납 가스요금을 포함해 긴급생계비로 69만원을 보태줬다.
행정당국은 남편과 이혼 뒤 무기력증에 빠져 모녀가 이런 생활을 지속해 온 것으로 보고, 초등생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맡기고 주부는 전문기관에서 심리치료를 받도록 할 예정이다.
관할 원미경찰서는 딸을 오랜 기간 방임한 점을 중시해 주부를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40대 이혼녀와 초등 5학년 딸 쓰레기 6t과 살다 발견돼
입력 2016-01-11 1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