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이하 일베) 논란에 휩싸였던 모바일 게임 개발사 대표가 자진 사퇴했지만 논란은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다수의 이용자들은 사퇴는 오버라며 게임 개선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1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논란은 지난 5일 게임 내 일부 챕터명에 일베 용어가 발견되면서 불거졌다. 벌키트리가 개발하고 네시삼십분이 유통·서비스하는 모바일 게임 ‘이터널 클래시’는 난이도에 따라 게임의 챕터명을 4-19, 5-18, 5-23으로 정하고 이들의 부제를 각각 ‘반란의 진압’, ‘폭동’, ‘산 자와 죽은 자’라고 달았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5.23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 등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문제가 불거지자 개발사인 벌키트리와 서비스·유통사인 네시삼십삼분 양사 대표들은 5일 사과문을 발표하고 해당 부분을 수정했다. 하지만 개발사인 벌키트리의 김세권 대표는 ‘오해를 살만했다’는 식의 사과문을 발표해 이용자들의 반발을 키웠다.
파장이 커지자 김 대표는 재차 사과하면서 대표이사직을 내놨다. 김 대표는 지난 9일 오후 공식 사이트와 네시삼십삼분이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를 통해 ‘무릎 꿇고 사죄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공지를 올렸다. 그는 “벌키트리의 경영진으로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챕터 제목과 로딩 메시지 문구 등 논란의 핵심이 된 부분을 작업한 기획 책임자는 사건 이후 즉시 모든 업무에서 제외하는 동시에 중징계 조치됐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또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것에 책임을 지겠다”며 “금번 사안을 마무리 되는 대로 대표이사직을 사퇴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개발자의 업무만 수행하겠다”고 부연했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못하고 변명으로 일관된 사과문으로 오히려 더 큰 논란을 만들고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반성한다”는 김 대표는 “2016년 1월부터 발생한 ‘벌키트리’의 수익금 전액을 공익재단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겠다”고도 했다.
이 같은 사과문 아래에는 비난 댓글이 이어졌다. “진작 이랬어야 하지 않냐”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일각에서는 “책임지는 방식이 왜 개선이 아닌 사퇴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요즘은 입으로 무릎 꿇냐” “사과글 그만 올리고 개임을 개선해라”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반면 마녀사냥 그만하라는 옹호 댓글도 적지 않았다. 한 이용자는 “20여명 데리고 부서장으로 일하는데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다”며 “흙수저로 노부모, 처자식 먹여 살려야 하는데 서로 돕지는 못할망정 도가 지나칠 정도의 마녀사냥은 그만 했으면 좋겠다”는 반론을 제기해 많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한편 해당 게임의 챕터는 4-19 부제로 ‘적이 된 아이스 골렘’, 5-18 부제는 ‘데스웜의 복수’ 등으로 바뀐 상태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입으로 무릎 꿇냐?” 일베 게임 개발사 대표 사퇴에도 비난 쇄도
입력 2016-01-11 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