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불황을 호소하는 사연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최악의 취업난에 밀려 자영업을 택했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는 내용인데요. 사연을 본 많은 네티즌들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 못된 건지 모르겠다며 마치 수렁에 빠진 듯하다는 한탄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의 사연을 친절한 쿡기자가 모아봤습니다.
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는 편의점 점주의 사연이 게시되면서 자영업자들의 한탄이 종일 이어졌습니다. 글쓴이는 처음 6개월은 좋았지만 맞은편에 다른 편의점이 생기면서 매출이 30%가량 떨어지더니 회복이 불가능해졌다고 토로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인근에 마트가 생겨 편의점보다 싼 가격으로 물건을 파니 매출은 더 떨어진데다 아르바이트생까지 말썽을 부려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하소연 했는데요. 편의점이어서 야간아르바이트생과 월세, 기타 잡비를 빼고 나면 손에 쥐는 건 150만원 남짓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는데요. 글쓴이는 새로 인테리어 하는 가게만 보면 가슴이 벌렁거린다면 하루 17시간씩 일을 하며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게시글 아래에는 해결책을 제시한 네티즌끼리 논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한 네티즌이 주 고객층을 선정해 주력상품을 개발하고, 우리 가게에서만 파는 물건으로 경쟁력을 키우라고 조언했지만 이 댓글 아래에는 편의점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반박이 이어졌습니다. 게시글에 따른 상황은 편의점이 아닌 상권의 문제라고 지적한 댓글도 많았는데요. 상권이 확보된 상태에서 시작했지만 다른 편의점과 마트가 생기면서 순식간에 포화상태에 빠졌다는 분석과 함께 글쓴이가 어떻게 손 쓸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의견이 이어졌습니다.
게시글을 보다 못한 또 다른 네티즌은 위로 아닌 위로의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 네티즌은 “적자는 아니라니 부럽다”는 말로 운을 뗀 뒤 자신은 강남에서 일식집을 운영한다고 소개했습니다. 첫 달 직원들 월급과 월세, 재료비 등을 계산하고 나니 적자가 360만원이었다는 이 네티즌은 첫 달이 지난 뒤 손님이 줄어 직원 없이 혼자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행히 지난달 적자는 면했지만 이번 달은 더 힘들다는 이 네티즌은 주말에 출장 부페 일당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고백했죠. 최악의 불경기에 박리다매 하는 거 상황에 대해 나이든 어르신들이 서로 경쟁하며 제 살 깎아 먹기 하는 게 너무 안쓰럽다는 심정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5000원짜리 식사에 카드결재 하면 수수료 빼고, 부가세 빼면 4300원을 손에 쥔다는 현실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자영업을 하면서 왜 헬조선 하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고도 했죠.
가게 주인은 상가 분양 후 7년 동안 1억원을 벌었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라는 걸 알게 됐다고도 했습니다.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들만 배불리는 사회라고 한탄하면서 영화 매트릭스에서 기계들이 인간들을 인큐베이터에 넣고 가상시스템으로 살아가게 하면서 전력으로 사용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죠.
위로가 아닌 한탄 댓글도 이어졌습니다. 취업이 안돼서 장사를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이런 글을 보면 겁이 나 쉽게 도전하기도 어렵다는 반응도 이어졌습니다. 어느날 부턴가 불황으로 절망하는 이들에게 ‘잘 될거야’라는 위로의 말이 아닌 ‘내가 더 힘들다’는 식의 절망 위로가 현실화 된 모습이 씁쓸합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친절한 쿡기자] “내가 더 힘들어!” 절망으로 위로하는 사람들
입력 2016-01-11 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