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3명 현역의원 탈당 또는 불출마” 지역구 컷오프 21명, 자동 물갈이 완료?

입력 2016-01-10 20:01

더불어민주당의 현역의원 20% 물갈이를 위한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평가위)의 평가가 오는 12일 완료될 예정인 가운데 연쇄 탈당 여파로 실질적 컷오프 효과는 당초 기대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더민주는 평가위 시행세칙이 통과된 작년 11월 13일 당시 현역의원 127명 중 평가 하위 20%인 25명을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는 공천룰을 만든 바 있다. 구체적으로 지역구 106명 중 21명, 비례대표 21명 중 4명이 배제 대상이다.

그러나 이후 지역구 의원들의 탈당이 잇따르면서 실제 평가 결과에 좌우돼 공천에서 탈락하는 의원 수는 크게 줄었다.

이는 더민주가 불출마나 탈당자를 원천배제자 수에 포함시킨다는 입장을 정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공천배제자가 25명이라고 가정할 때 7명이 탈당할 경우 평가 결과로 인해 공천에서 배제되는 의원은 18명으로 줄어드는 식이다.

문재인 대표는 10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작년 11월 최고위가 평가위 시행세칙을 의결할 때 가장 관심을 가진 것도 그(불출마·탈당자를 포함시킬지) 부분이었다"며 "스스로 출마하지 않거나 탈당하는 분들이 다 거기(원천배제자 수)에 포함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탈당한 지역구 의원은 지난달 13일 안철수 의원을 시작으로 김영환 김한길 김동철 문병호 유성엽 최재천 권은희 임내현 황주홍 의원 등 모두 10명이다.

여기에다 문재인 대표를 비롯해 신학용 최재성 의원 등 3명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성곤 의원은 호남지역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김성곤 의원을 불출마자에서 제외하더라도 벌써 13명의 지역구 의원들이 탈당 내지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어서 앞으로 8명의 의원이 추가 탈당하거나 불출마를 선언하면 평가위 평가로 인한 지역구 의원 물갈이는 '제로'가 된다.

실제로 11일 김관영 의원을 시작으로 주중 추가 탈당이 예상되는 호남권 의원들만 해도 8명에 육박해 사실상 평가결과를 적용할 필요성이 없어질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평가위 평가 결과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비례대표 의원은 4명이 원천배제 대상이지만 비례대표 의원 중에서도 공관위 발표 전에 불출마 선언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평가위 결과에 부담을 갖는 의원 사이에서는 동료의원에게 "탈당할 생각이 있으면 빨리 탈당해버리라"는 우스갯소리를 주고받는 실정이라고 한다.

다만, 탈당이나 불출마자를 원천배제자에 포함한다는 내용의 규정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어서 향후 공관위가 구성되면 이 문제를 최고위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빚어질 소지는 있다.

당 혁신위원으로 활동한 조국 서울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혁신위가 평가위 규정을 준비한 작년 9월은 탈당사태를 상상하기 어려운 시점이었다"며 "따라서 당시에는 혁신위가 탈당자를 원천배제자 수에 포함할지, 말지를 결정한 바 없고, 그 부분은 공관위에서 판단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 관계자는 "명문화된 규정이 없어 향후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며 "논란이 생긴다면 결국 최고위에서 교통정리가 필요한 사안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