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북한의 제4차 핵실험에 대응한 추가 대북제재와 관련해 한때 고조됐던 '중국의 역할'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가 점차 실망으로 바뀌는 형국이다.
북한의 핵실험 직후 초반에는 비판적 지적을 쏟아냈던 중국이 며칠이 흐르면서 북한을 감싸는 기존 레퍼토리로 돌아간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실험에) 결연한 반대를 표명한다.", "중국은 당연히 해야 할 국제사회에 대한 의무를 다할 것이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북한의 핵실험 당일인 지난 6일 발표한 성명에 담긴 내용이다. 단골 메뉴였던 '각국의 냉정과 절제'라는 표현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중국이 이번에는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한때 고조됐다.
그러나 중국은 기존의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냉정"을 다시 언급하기 시작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다른 국가들도 냉정하게 행동해야 하며…긴장국면을 끌어올릴 수 있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통화에서는 중국 측의 반응은 더 노골적이었다.
왕 부장은 8일 윤 장관과의 통화에서 "중국은 일관되게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한반도 평화와 안정 수호,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면서 "이 세 가지는 상호 연결되어 있어 어느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몇 시간 앞서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도 황 본부장과의 통화에서 "유엔 안보리가 이번 사태에 합당한 대응을 함에 있어서 한국과 긴밀히 소통, 협력하겠다"면서 '합당한 대응'에 방점을 찍었다.
대북 추가제재에는 기본적으로 협조는 하되 중국 측이 판단할 때 과도하다고 판단되는 고강도 제재에는 동의하지 않겠다는 의중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통화에서 '강력하고 포괄적인'이 대북제재를 추진하기로 한 것과 분명한 온도차를 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중국은 북한이 골칫거리이기는 하지만 미일을 중심으로 대중 포위전략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전략적 자산'인 북한을 포기할 수 없다는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소식통도 "예전에도 그렇지만 (중국측의 적극적 협력을 이끌어내기가) 쉬울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엔 안보리에서의 대북 추가제재 논의과정에서 대북 제재수위를 놓고 적지않은 난항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미일의 중국에 대한 압박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한미일은 이번 주 서울에서 3국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을, 도쿄에서 3국간 차관 협의회를 잇따라 열 것으로 알려졌다.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응해 긴급히 추진된 것이고, 3국간 차관 협의회는 당초 지난 6일 이뤄진 북한의 4차 핵실험 전부터 이달 중순께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북한의 전격적인 핵실험으로 강력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이들 회동에서 칼끝이 중국의 건설적 역할에 맞춰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윤 병세 외교부 장관은 10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중국이 약속했던 '북핵 불용'과 '결연한 반대' 입장을 어떻게 행동으로 보여 주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중국의 행동을 거듭 촉구했다.
미국은 존 케리 국무장관이 최근 왕이 부장과의 통화에서 평소처럼 할 수 없다고 중국을 압박한 데 이어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도 8일 브리핑에서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거듭 촉구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한미일, 중국 압박 시동” 중국 협조 쉽지 않아 고민
입력 2016-01-10 1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