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통합신당 탄생의 키를 쥔 안철수, 천정배 의원이 당장은 통합논의보다 각자 독자신당 창당에 무게를 두면서 여러 갈래로 진행돼온 신당 세력의 통합 노력이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안 의원이 일찌감치 '선(先) 독자세력화-후(後) 연대' 입장을 밝히며 다른 신당파들과의 통합작업에 선을 그은 데 이어 천 의원도 안철수 신당과의 주도권 경쟁을 의식해 독자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주선 의원과 박준영 전 전남지사, 원외정당인 민주당의 김민석 전 의원이 지난 8일 회동을 갖고 3자(者)가 먼저 손을 잡은 뒤 천 의원과 '소(小)통합'을 하고 이후 안 의원과 통합하는 '단계적 통합 방안'을 추진하기로 해 천 의원의 결정이 주목된다.
천 의원측이 소(小)통합에 동의할 경우 야권통합신당 논의가 다시 점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주선 의원은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당 창당 발기인대회를 했다. 행사에는 박 전 지사와 김 전 의원, '국민의당'에 합류한 유성엽 황주홍 의원과 더민주 조경태 의원 등이 내빈으로 참석했다.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은 박 의원은 "신당 추진 상황이 녹녹치 않다"며 통합논의를 촉진하기 위해 이달말까지 각 신당의 창준위원장이 참석하는 연석회의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 천 의원측은 일단은 독자신당 모습 갖추기에 스피드를 내고 있다.
천 의원이 창당을 추진하는 '국민회의'는 전날 전북도당에 이어 이날 서울시당 창당대회를 개최했다. 천 의원측은 오는 31일 중앙당을 창당한다는 목표 아래 일정을 서두르고 있다.
천 의원은 이날 서울시당 창당대회에서 "개혁의 대상이 어느 날 갑자기 개혁의 주체로 둔갑하는 마술쇼로 (야권 주도세력 교체를) 해결할 수 있느냐. 낡은 정치인이 정치적 생존에 급급해 이합집산한다고 희망이 될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세력화를 위해 더민주를 탈당한 호남 의원들을 받아들인 안철수 신당과 빠른 통합을 주장하는 다른 신당 세력들을 함께 비판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천 의원은 '박주선·박준영·김민석 세력'과의 통합에 원칙적으로 공감하면서도 호남의 개혁정치 복원과 '뉴DJ' 발굴 등 야권의 주도 세력 교체를 위한 노력이 어느 정도 진전된 이후에야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천 의원 측 관계자는 "소통합이든 대통합이든 가치와 비전의 공유 여부를 먼저 따져야 한다. 막무가내식 통합은 과거 야당이 기득권을 연장하기 위해 해온 후보 단일화와 다를 바 없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의 '국민의당'(가칭)도 이날 창당 발기인대회를 하고 다음달 2일 중앙당 창당을 목표로 시·도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합류한 김한길 의원이 신당 세력을 하나로 만드는 통합작업을 물밑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안 의원 측은 여전히 독자신당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야권 신당 세력의 본격적인 통합 논의는 각자 신당 창당을 마친 설 연휴를 전후해서나 다시 거론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각자 제갈길 가는 야권 신당” 설 연휴 이후에나 통합 논의할듯
입력 2016-01-10 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