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현실주의 북한을 우습게 보는 시각이 ‘도발 선수’로 만든다”- 38노스 조엘 위트

입력 2016-01-10 17:13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핵실험과 같은 심각한 도발을 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 노스’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방문연구원은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북한은 정말 자신의 패를 잘 다룬다”며 “북한이 그럴 수 있는 주요한 이유는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을 만화 같은 이미지로 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때때로 핵실험과 같은 도발을 벌이고도 제대로 된 소형 원자력 발전시설과 정밀한 무기를 갖추고 있다.

또 핵개발에 나선 뒤에도 중국, 에티오피아 등 여러 국가와 정치·경제적 관계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위트 연구원은 북한이 국제사회 도발에도 큰 제재를 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실질적인 원인은 북한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태도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은 “북한 국민은 옷깃에 ‘위대한 수령’ 사진을 매달고 수천 명이 함께 매스게임을 벌이는 로봇이며, 방송은 과장된 발성과 지도자에 대한 찬양으로 사이비 종교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웃긴 머리 모양과 선글라스 등 지도자의 모습이 미국 국민에게는 이상하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위트 연구원은 “지난 20여년간 세계 각지에서 북한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왔지만 그들은 미치광이도 아니고 만화 속 캐릭터도 아니었다”라며 “그들은 현실주의자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미국은 임시변통의 전략적 대응을 내놓기보다는 북한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도발을 막을 장기적인 전략을 짜야 하며 그러지 않을 경우 수년 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할 때 의미 없는 대처를 되풀이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위트 연구원은 “미국은 수십 년 동안 마오쩌둥(毛澤東) 전 중국 주석도 비이성적인 독재자로 여겼지만, 막상 중·러 관계가 악화하자 마오 전 주석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의 관계를 개선했고 그가 철저한 현실주의자라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