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사전 통보조차 없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해 밀무역 단속과 통관절차 강화를 시작했다. 중국이 ‘독자적 대북제재’에 시동을 걸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중 접경지역의 한 대북소식통은 9일 “북한이 지난 6일 핵실험을 한 이후 개인 간에 은밀하게 이뤄지던 밀무역이 거의 중단됐다”고 말했다.
북한과 중국의 무역상인들이 접경지역에서 물품을 주고받는 행태가 광범위하게 이뤄져왔는데 핵실험 이후 국경수비대 감시가 강화되면서 사실상 자취를 감쳤다는 것이다.
최근 홍콩언론은 홍콩 인권단체인 중국인권민주화운동정보센터를 인용, 중국군이 북한의 핵실험에 대응해 국경지대에 3000명의 병력을 증원했다고 보도했다.
단둥(丹東) 등지에서는 통관 절차도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은 지난 6일 이후 뚝 끊겼다. 단둥의 한 소식통은 “여행사마다 하루 20∼30명가량의 관광객이 (북한여행을) 문의하거나 관련 상품을 샀지만, 핵실험 사태 이후에는 문의조차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단둥은 북중 교역량의 70% 이상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양국민 간 관광 및 사무역(私貿易)의 거점이다.
접경지역에서는 중국당국이 곧 북한 여행을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2013년 북한의 제3차 핵실험 때에는 중국이 자국민의 북한 단체관광을 잠정 중단시킨 바 있다.
베이징 관측통들은 밀무역 중단과 통관 절차 강화 등은 접경지역 경계수위 상승에 따른 결과일 수도 있지만, 중국이 그동안 북한에 취해온 ‘독자적 제재’와 맞닿아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시진핑 체제는 2012년 12월 실시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관련, 처음으로 안보리 결의 2087호를 ‘엄격히 집행하라’는 내용의 통지를 관계기관에 하달한 이후 통관 검사 강화, 북한 국적자의 출입경 조사 강화, 수하물 검사 강화, 중국 내 북한은행들의 미인가 영업 및 환치기 제동 등의 조치를 취했다.
외교 소식통들은 중국의 추가적인 대북제재 행보와 관련해 통관검사, 금융거래, 여행 등에 대해 어떤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며 대북 금수 물품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은 2013년 9월 핵무기 제조 등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우려가 있는 900여 개 항목이 담긴 대북수출 금지 리스트를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제3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조치로, 중국이 특정국가에 금수조치를 취한 건 신중국 건국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다만 중국의 대북제재 수위가 북·중 관계의 기본 틀을 훼손하고 김정은 체제의 존립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상당하다.
한 대북소식통은 “미국이 주장하는) ‘원유 공급 전면 중단’이나 북한과 불법으로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개인 등으로 제재 범위를 확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등의 대북 제재에는 중국이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구 기자 jglee@kmib.co.kr
북중접경 밀무역 중단·통관강화…中, 대북제재 시작됐나?
입력 2016-01-09 1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