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른 성폭력 주범은 시리아 난민…독일 정부 알고도 숨겨” 발칵 뒤집힌 독일

입력 2016-01-08 22:56

독일 당국이 새해 벽두부터 벌어진 쾰른 집단성폭력 사건 당시 다수 용의자를 붙잡아 시리아 난민인 것을 확인하고도 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미국 CNN방송 등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새해부터 독일을 경악케 한 이 사건이 당국의 은폐 논란으로까지 커지자 독일 정부는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지역신문 엑스프레스는 지난 2일자로 작성된 경찰 업무일지를 단독 입수했다면서 이 일지에는 “71명 신분 확인, 10명 퇴장, 11명 구금, 4명 체포, 32건 신고”라고 적혀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일지에 ‘지난해 마지막 날 밤 10시48분 현재 쾰른대성당과 중앙역 주변 주요 축제 장소 3곳에 이민자 배경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이들이 수천 명 모여 있다’고 기록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지에는 모인 사람들의 숫자는 특정하기 어렵다는 단서와 함께 ‘이민자 배경을 가진 이들’이라는 문장에 ‘아마도 난민과 관련된’이라는 설명도 덧붙여져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만 신문은 “신분 확인 절차 때 대다수는 (정식) 신분증이 아니라 연방이민난민청(BAMF)에 등록한 난민신청서로 신분이 확인될 수 있었다”며 “이는 검문을 받은 이들이 난민(신청자)이며, 경찰이 이들의 국적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볼프강 알베르스 쾰른 경찰국장과 헨리에테 레커 쾰른시장은 기자회견 등에서 용의자들의 출신국과 신분 및 지위에 대한 세부정부가 없다고 밝혀왔다. 신문은 이에 대해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정부의 랄프 예거 내무장관이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보도에 앞서 독일 네티즌들은 여러 차례 정부의 은폐 의혹을 제기해왔다. 보도 직후 한 언론은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붙잡힌 15명 가운데 14명은 시리아, 1명은 아프가니스탄 출신이라고 보도했다. 주간지 슈피겔도 온라인판을 통해 연방경찰의 4일자 내부보고서를 인용해 사건 당시 한 남성이 “나는 시리아인이다. 너희는 나를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 메르켈 여사가 나를 초청했다”고 경찰관에게 말했다고 전한 바 있다. 2015년 한 해 독일 난민신청자 109만여명 중 시리아 출신은 42만8468명으로 가장 많았다.

파문이 확산되자 독일 내무부는 이날 이 사건과 관련된 용의자 31명의 신분을 확인했으며 이 가운데 18명이 난민신청자라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용의자들은 알제리 출신이 9명, 모로코 출신이 8명, 이란 출신이 5명, 시리아 출신이 4명, 독일 출신이 2명, 이라크·세르비아·미국이 각각 1명으로 일부 언론 보도와는 차이가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와 관련 연방경찰이 파악 중인 범죄행위 32건 가운데 대부분은 절도와 신체적 가해와 관련된 것이며 성폭력 관련은 3건이라고 전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