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집안에서 도박했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남성이 44년 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창원지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문보경)는 계엄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허모(74)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비상계엄 선포에 따라 내려진 포고령이 위헌·무효여서 원심의 판결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허씨는 1972년 11월 초 지인의 자택에서 동료와 화투를 이용해 속칭 ‘도리짓고땡’ 도박을 50여 차례 한 혐의로 군법회의에 넘겨졌다.
이어 부산경남지구 계엄보통군법회는 계엄법 위반을 인정해 허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인 육군고등군법회의는 형이 다소 무겁다는 판단에 따라 원심을 깨고 허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지만 계엄법 위반을 인정했다.
당시 대통령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명목으로 1972년 10월 17일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옛 계엄법 13조는 군사상 필요할 때 체포·구금·수색·언론·출판·집회 등에 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에 근거해 당시 계엄사령관은 같은 날 ‘정치활동 목적의 모든 옥내외 집회·시위를 금지하고 정치활동 이외의 집회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기면 영장 없이 수색·구속한다’는 포고령 1호를 공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 비상계엄이 상당한 무력을 갖춘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
계엄령 때 도박했다가 징역형 70대, 44년 만에 무죄
입력 2016-01-08 1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