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파산 저축은행 후순위사채 파산채권액 산정시 투자자 위험부담도 고려해야"

입력 2016-01-08 17:17
파산한 저축은행 후순위사채 투자자들의 손해배상 정도를 정할 때 파산 당시 외부 상황과 위험을 감수하고 채권을 매입한 투자자의 책임도 감안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강모씨 등 투자자 27명이 부산2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파산채권액을 다시 산정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강씨 등은 2009~2010년 부산2저축은행 후순위사채를 매입했다. 그러나 부산2저축은 2011년 영업정지 처분에 이어 이듬해 파산선고를 받았다. 채권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 강씨 등은 손해를 입었다. 이들은 부산2저축의 분식회계와 불완전판매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부산2저축의 책임을 인정했다. 후순위사채 투자자들이 회수하지 못한 손해액 14억4900여만원 전체를 파산채권으로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부산2저축에 모든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산2저축이 원리금을 변제하지 못하게 된 데에는 분식회계로 인해 드러나지 않았던 재무상태의 불건전성 외에도 경기 침체나 부동산 경기 하강 등 외부적인 요인들도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요인은 이미 PF 대출 의존도가 높은 부산2저축이 발행하는 후순위사채에 내재된 위험”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위험을 알면서도 후순위사채를 사들인 투자자들에게도 일부 손해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단에 따라 후순위사채 투자자들에게 산정될 파산채권액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분식회계에 관여한 저축은행 임직원들의 배상책임(손해액의 각 60~90%)은 원심 그대로 유지됐다. 대법원은 증권사와 신용평가업체, 회계법인, 금융감독원, 정부에는 원심과 같이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