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주워 맡긴 지갑에 손댄 경찰 알고 보니 '상습'

입력 2016-01-08 16:15
경남의 한 지구대 순찰팀장이 지구대로 접수된 유실물에 상습적으로 손을 댄 정황이 드러나 경찰이 본격 조사에 나섰다.

경남경찰청은 최근 거제의 한 지구대 순찰팀장인 박모(52) 경위를 지능범죄수사대에 절도 혐의로 직무 고발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1일 해당 지구대에 한 시민이 찾아와 현금 41만9000원이 든 지갑을 길에서 주웠다며 주인에게 돌려 달라고 습득물로 넘겼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12일 지갑의 주인이 해당 지구대에 나타났지만 현금은 사라지고 빈 지갑뿐이었다. 해당 지갑은 다른 시민이 길에서 주워 주인을 찾아달라며 경찰에 맡긴 것이다.

지구대 근무일지에는 분실 지갑 접수 기록이 있었지만, 지갑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되자 경찰이 지구대 CCTV를 확인했더니 지갑에 손을 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박 경위가 유일했다.

12월 1일 찍힌 CCTV에는 박 경위가 습득물 캐비닛에서 지갑 등을 꺼내 봉투에 담아 뒷문으로 나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추가 조사에 나선 경찰은 지난해 11월과 12월 지구대에 각각 접수된 손목시계 2개도 없어진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CCTV를 분석해 박 경위가 이 시계들을 12월 1일과 5일 두 차례에 걸쳐 가져간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11월에 유실물로 접수된 시계는 박 경위 차에서 발견됐다.

이에 경찰은 박 경위가 해당 지구대에서 근무한 시기부터 또 다른 비위행위를 한 게 없는지 전면 확인에 나섰다.

그 결과 지구대에 접수된 유실물 가운데 현금 45만7100원, 지갑·시계 등 17점이 없어진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러한 유실물과 박 경위와의 연관성 여부도 수사하고 있다.

박 경위는 사건이 불거지자 사표를 제출했지만, 경찰은 수리하지 않았다.

경찰은 박 경위가 ‘(장기) 유실물을 모아서 버렸다’고 진술하는 등 유실물을 가져간 행위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 측은 “법 위반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은 처벌대로 하고, 다음 주 중 징계위원회를 소집해 정직 이상 중징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