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흙수저의 흔한 허세 “콜란데라는 원두를 아십니까?” [20대뉴스]

입력 2016-01-09 00:10
따사로운 햇살이 쏟아지는 대한민국 어딘가의 여유로운 오후 2시. A는 플라스틱으로 목재 무늬를 흉내 낸 탁자에 앉아 바쁜 일상의 휴식을 만끽하고 있다. 위도 38도에 위치한 한반도의 따사로운 햇살이 그에게 쏟아졌기 때문인가. 그는 잠시 안경을 내려놓고 생각에 잠긴다. 안경은 얼굴에서 묻어난 기름때에 절은 듯 형광등의 불빛을 숨 가쁘게 반사해내고 있다. 안경 코의 플라스틱은 세월의 무게를 감내한 듯 누런빛으로 물들었다.

찻잔에 담긴 은은한 캐러멜의 향… A는 ‘어릴 적 할머니께선 캐러멜이 담긴 과자를 내 손에 쥐어주곤 했지’라며 왼팔을 들어 손목에 차여있던 근본 없는 시계를 풀어헤친다. 시침이 흘러가는 경쾌한 기계음. 시계를 탁자 위에 내려놓는 순간, 잠시 하루의 숨 가쁜 워-크에서 자유로워짐을 느낀다. 이 순간만큼은 온전히 나만의 시간…

그의 후-라이빗한 모습을 먼발치서 바라보고 있던 B가 물었다.

“A씨, 커피 원두는 어디껀가요?”

생각에 잠겨있던 A가 답했다.

“콜란데요.”

이 모습을 지켜보던 C가 재차 묻는다.

“콜란데는 어느 원두입니까?

우리네 소소한 일상을 잘 보여준 이 한 컷의 모습이 ‘흙수저의 허세’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삽시간에 일주했다. 루리웹에 올라온 이 사진은 웃긴대학과 클리앙, 뽐뿌를 거쳐 개드립의 유저들에게도 공감을 샀다.

금수저들만 인스타그램에 시계와 코오피, 안경이 담긴 사진을 올릴 수 있는 건 아니다. 흙수저란 이유에서 항상 바빠야만 하는가. 정신을 집중해서 화살을 쏘면 바위도 뚫는다 했다. 더 많은 흙수저들의 ‘허세’를 응원한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