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지킨 비박계 대 실리 얻은 친박계” 與 공천룰 가닥…논란 불씨 여전

입력 2016-01-08 09:32

새누리당이 제20대 총선 후보 선출에 적용할 공천룰의 큰 가닥을 잡았다.

7차례의 공천제도특별위원회(이하 특위) 회의와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후보자 지지도 조사 때 당원-일반국민 여론반영 비율, 정치신인의 범위, 결선투표 때 가점 적용 여부 등 계파별로 의견이 엇갈렸던 쟁점들을 일단락지었다.

전체적으로 볼 때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겠다'는 원칙을 강조해온 비박(비박근혜)계는 명분을 지켰고, 친박(친박근혜)계는 정치신인이 공천을 받을 수 있는 진출로를 넓혔다는 점에서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다.

그러나 구체적인 적용 과정에서 계파간 이해가 엇갈릴 경우 내홍이 격화할 여지는 남아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당내 후보 경선에서 당원과 일반국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비율을 어떻게 조정할지를 두고 그동안 비박계와 친박계는 '숫자 싸움'을 벌여왔다.

친박계는 현행 당헌·당규대로 50% 대 50%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친박계는 상향식 공천 취지를 강조하면서 일반국민의 여론반영 비율을 70%까지 높여야 한다고 맞서왔다.

이에 특위는 ▲당원-일반국민 비율 50% 대 50% ▲30% 대 70% ▲당원규모에 따라 비율을 달리하는 조정안 등 3개 복수안을 제시했고, 최고위원회의는 30%대 70% 안으로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총선 후보자를 뽑을 때 일반국민의 여론을 기존보다 더 많이 반영할 수 있게 되면서 상향식 공천 원칙을 강조했던 비박계는 체면을 세운 셈이 됐다.

당은 여론조사를 실시할 때 휴대전화 안심번호를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안심번호는 휴대전화 보급이 크게 늘어난 추세와 특히 유선전화보다 휴대전화 사용량이 많은 젊은 층의 여론을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근거해 김무성 대표는 그동안 안심번호 여론조사 방식 도입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안심번호를 여론조사 때 도입하려면 '기술적·법적으로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이에 따라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4·13 총선때부터 안심번호제가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당내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안심번호 여론조사를 위해 표본을 뽑고, 안심번호로 전환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길게는 6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비용도 기존의 유선전화 무작위 여론조사(RDD)의 2∼3배라는 분석도 있다.

◇ 정치신인 혜택…장관·靑수석 희비 = 경선에서 누구에게 가점을 줄 것이냐 하는 문제의 출발점은 정치신인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었다.

특위는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이미 출마했던 사람은 신인으로 볼 수 없다는 데는 뜻을 모았지만, 출마 경험은 없더라도 인지도가 높은 전직 장·차관과 청와대 참모를 신인으로 볼지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비박계는 얼굴과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이들까지 신인으로 보고 가점을 주는 건 지나치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친박계는 일반적으로 인지도가 높다고 신인에서 배제하면 자칫 신인의 정의가 자의적으로 내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당은 장관급 이상은 신인으로 보지 않되 차관급 이하부터는 신인으로 간주하고 가점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런 가점 규정은 1차투표 뿐 아니라 오차범위 내 접전 후보를 대상으로 치러질 결선투표에서도 적용될 예정이다.



일단 안심번호 문제는 이번 달 중순께 꾸려질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에서 재차 다뤄질 예정이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달 30일 이동통신 3사 임원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한 뒤 기자들과 만나 "기술적으로, 시간적으로 이번 총선에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는 답을 얻었다"며 도입 의지를 거듭 보였다.

그러나 한 친박계 특위 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이통사들의 인프라를 감안할 때 20대 총선부터 당장 도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혀 판단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당원에 대해서는 현행 당헌·당규대로 현장투표를 실시하기로 한 부분도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앞서 김 대표 등 일부 최고위원들은 현장투표가 조직 동원이나 매수의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로 당원 현장투표를 여론조사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결선투표 실시 조건을 오차범위(1천명 여론조사 기준 ±3.0∼3.5%포인트)에서 ±5.0%포인트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이렇게 될 경우 결선투표를 치러야 할 경우도 늘어나 현역의원의 '물갈이 폭'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당론 위배 행위를 공천 부적격 대상으로 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됐지만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적용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