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한국에서 바이러스 변이가 일어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메르스 바이러스(MERS-CoV))가 국내에서 유전적으로 변화하면서 감염력과 치사력 등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결론이 내려진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 바이러스에서 변이가 확인된 만큼 추가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메르스 진단을 받은 환자 8명의 객담 등 검체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메르스 바이러스 표면의 당단백질 유전자에서 변이가 관찰됐다고 8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발행하는 저명 국제학술지(Emerging Infectious Diseases) 1월호에 발표됐다. 중동에서 유행한 메르스 바이러스와 비교해보니 당단백질의 8개 부분에서 염기의 변이가 있었고, 이중 4개는 아미노산 변이도 관찰됐다는 것이다. 또한 동물세포에서 증식시킨 바이러스의 변이도 확인됐다.
메르스 바이러스 변이 연구에는 1번째, 2번째, 9번째, 10번째, 12번째, 13번째, 15번째 환자의 검체가 사용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유전자 변이는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국내 메르스 유행 당시 유전적 변이가 일어났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메르스 바이러스의 유전자 변이가 메르스 감염 확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결론을 내리긴 힘들다고 밝혔다.
논문의 제1저자인 김대원 전문연구원은 “지금까지 분리됐던 메르스바이러스와 다른 변이가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이 변이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났는지에 대한 근거는 전혀 없다”라며 “조금 더 복잡하고 정교한 분석을 통해 이 변이의 영향을 규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성순 질병관리본부 호흡기바이러스과장은 “추가적으로 14번째 환자 등 슈퍼 전파자 5명을 포함한 국내 메르스 환자 32명에게서 바이러스 41개주를 분리해 풀 시퀀싱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당단백질 8개의 분석 결과만으로 일반화시키기는 곤란한 만큼 유전자의 변이와 질병 양상의 관계를 파악하려면 더욱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백순영 가톨릭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변이가 있었던 것을 확인한 것은 매우 중요한 연구결과”라며 “유전자 변이 연구는 중동에서 전염력이 약했던 메르스 바이러스가 유독 한국에서 전파력이 강했던 이유를 설명하는 핵심인 만큼 국가적인 연구역량을 모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바이러스의 변이가 확인된 만큼 감염력과 치사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연구대상 환자 수를 늘리고 최신 연구기법을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메르스 바이러스, 한국서 변이…감염 확산 어떤 영향줬는지 규명 필요해
입력 2016-01-08 0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