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뮤지컬페스티벌이 제작해 2010년 초연한 창작뮤지컬 ‘투란도트’ 2월 17일~3월 13일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첫 서울 나들이를 앞둔 ‘투란도트’는 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하지만 이 작품의 홍보를 위해 성과를 과장하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일부 포함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우선 ‘투란도트’는 “지역에서 제작해 서울 뮤지컬 시장에 진출하는 첫 사례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2006년 정조를 소재로 경기도문화의전당이 제작한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가 한국뮤지컬대상과 더뮤지컬어원즈에서 작품상, 연출상, 음악상,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한 뒤 2007년 예술의전당과 경희궁에서 공연됐다. 또한 대구에서 2007년 만들어진 뮤지컬 ‘만화방 미숙이’가 2008년 서울 대학로에서 4개월간 공연을 가진 바 있다.
이에 대해 ‘투란도트’의 프로듀서인 배성혁 대구뮤지컬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은 “우선 대구에선 서울이란 개념이 수도권까지 포함되는 것이어서 ‘만화방 미숙이’는 소극장 뮤지컬이기 때문에 ‘투란도트’가 지역에서 만든 대형 뮤지컬로는 처음 서울에 입성한다고 의미를 뒀다”고 해명했다. 이어 “‘화성에서 꿈꾸다’는 현재 공연되지 않지만 ‘투란도트’는 앞으로도 계속 공연해나갈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투란도트’는 또다른 성과를 과장하고 나섰다. 바로 “창작 뮤지컬 사상 최초로 해외(중국)에 라이선스 판권을 수출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사실이 아니다. ‘투란도트’는 2011년 중국의 동방송레이그룹과 라이선스 업무협약(MOU)을 맺었지만 실제로 공연이 성사되지는 못했다.
한국 뮤지컬의 역사에서 최초로 라이선스를 해외에 판매한 것은 M뮤지컬컴퍼니의 <사랑은 비를 타고>다. 2007년 일본의 대형 제작사인 토호에 라이선스로 팔렸고, 2008년 도쿄 씨어터트램에서 초연된 이후 2010년·2012년·2014년 꾸준히 공연됐다.
엄밀히 말하면 ‘사랑은 비를 타고’에 앞서 PMC의 주크박스 뮤지컬 ‘달고나’가 2007년 일본 엔터테인먼트회사 아뮤즈(AMUSE)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라무네(레모네이드의 일본식 표기)’라는 제목으로 바뀌는 것은 물론 이야기를 60~70년대 일본으로 바꾸고 노래까지 일본 가요로 바꿨다는 점에서 ‘사랑은 비를 타고’가 해외에 라이선스 판매한 첫 창작뮤지컬의 영광을 차지했다.
중국으로 범위를 좁히면 2011년 뮤지컬 ‘김종욱 찾기’가 상하이 모리화극장에서 중국어 버전으로 공연됐다. CJ E&M이 중국대외문화집단공사, 상하이동방미디어유한공사 등과 함께 설립한 합자법인 야저우롄촹(亞洲聯創)이 제작한 것이다. ‘김종욱 찾기’ 이후엔 ‘총각네 야채가게’가 2014년 라이선스 판매돼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에서 실제로 공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배성혁 위원장은 “중국 측에서 ‘투란도트’의 라이선스 공연을 하기로 했는데, 극장 문제 등이 3년 넘게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실제로 계약한 것이 아니라 단지 MOU를 교환한 것을 해외에 판권 수출했다고 홍보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실 ‘투란도트’는 이런 잘못된 홍보가 아니어도 충분히 서울에서 작품성을 평가받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동안 6년 가까이 디벨로핑을 해 오면서 중국에서 상하이, 동관, 항저우, 닝보 등에서 순회공연을 가지기도 했다. 이날 기자간담회 역시 그동안의 노력을 평가받기 위해 꼼꼼하게 준비한 흔적이 역력했다.
하지만 홍보에 조급한 나머지 성과를 과장하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포함시킨 것은 오히려 작품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배성혁 위원장은 “서울에서 지역 뮤지컬이라고 먼저 선입견을 가지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지만 홍보에 앞서 사실관계를 정확히 하는 것이 기본 아닐까. 사진=대구뮤지컬페스티벌 제공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대구산 창작뮤지컬 '투란도트', 성과 과장한 홍보전략 안타깝다
입력 2016-01-07 1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