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들이 대한해운 유상증자를 담당한 증권사를 상대로 “중요정보를 누락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했다. 대법원은 금융투자업체의 투자정보 고지 의무를 따질 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대한해운 소액주주 김모씨 등 16명이 현대증권과 대우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김씨 등은 2010년 12월 대한해운의 866억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그러나 대한해운이 이듬해 1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주가는 3분의 1 수준으로 곤두박질 쳤다. 당시 대한해운의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씨 등은 유상증자를 담당한 두 증권사가 대한해운의 재무상태에 대한 정확한 투자정보를 누락하거나 허위로 기재해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일부 증권사의 책임을 인정했다. 배를 빌려주고 수익을 내는 용선·용대선 계약이나 매출채권의 자산유동화 내역 등이 잘못 기재됐거나 누락됐다고 판단했다. 1심은 증권사의 책임범위를 30%로 제한했고, 항소심은 이 비율을 20%로 낮춰 판결했다. 배상액은 1억2551만원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1·2심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액주주들은 용선과 용대선 매출비중을 증권사들이 다르게 기재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선박을 빌려주는’ 용선과 ‘선박을 빌린 후 빌려주는’ 용대선은 의미가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박 수가 거짓 기재 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정정신고를 내면서 선박 수를 잘못 기재한 것으로 봤다. 투자자가 정정신고 전후의 기재내용을 비교하면 쉽게 알아 볼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매출채권 자산유동화 내역 사항 기재 누락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대한해운에 현금유동성이 부족해 자산유동화를 해 왔다는 정보의 전체 맥락을 변경하는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해당 정보가 법률상 규정된 ‘중요사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증권신고서 등에 중요사항을 기재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적으면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이런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소액주주들은 증권사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대법, 대한해운 소액주주 소송 사실상 패소 판결
입력 2016-01-07 1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