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잘 갖춰진 내부고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LG그룹이 성희롱 사건을 고발한 제보자에게 되레 불이익을 줬다는 보도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내부고발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기는커녕 고발자의 신분도 고스란히 노출시켰다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JTBC는 전남에서 LG생활건강 화장품을 위탁 판매하는 점주의 제보를 근거로 지난해 5월 LG그룹 ‘정도경영 신문고’ 사이트에 본사 영업사원의 성희롱 사건을 제보했지만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더러 되레 불이익만 당했다고 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본사 영업사원이 위탁판매 대리점 여직원 3명에게 어깨에 손을 올리거나 야한 농담을 하고, 새벽에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보내는 등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내용을 본사 신문고를 통해 제보했다.
LG생활건강에서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제보자의 신원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조사를 마친 회사 측은 성희롱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제보자는 제대로 된 조사도 안 해주고 누가 제보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방송에서 공개된 성희롱 피해자의 녹취록에는 “스킨쉽을 했냐고 물어보더라. 굉장히 심하게 야한 농담하고 추근덕댄다고 말하니까 스킨십 안했네. 이렇게 말하더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LG생활건강 측은 조사를 마친 뒤 성희롱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LG생활 건강 측은 제보 내용, 녹취 등을 확인한 결과 신빙성이 떨어졌고 오히려 피해자 중 1명이 사실이 아님을 확인해줬기 때문에 제보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건을 제보한 2명은 지난해 11월 대리점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LG생활건강 측은 계약해지는 위탁판매점 평가 결과에 따른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내부고발자의 신분이 노출돼 계약을 해지했다면 7월부터 했을 것” 이라며 보복성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6개월 단위로 계약을 하는데 해당 사건이 5월에 접수됐고 6월에 조사가 마무리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복성 계약 해지 였을 경우 7월부터 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신분노출에 대해서도 “내부고발 사건을 조사한 곳에서 노출된 것이 아니다”라며 “조사를 받은 당사자들이 정보를 공유하면서 신분이 노출된 것”이라는 해명도 내놨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제보자의 신분이 노출됐고 사건이 알려진 뒤 6개월간 계약을 연장했다는 점에서 의혹은 쉽게 사그라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여자로 사는 게 힘든 세상이다” “잘못을 바로 잡으려 하면 내부고발자라고 죄인취급한다” “적반하장도 정도껏 해야지” “6개월 연장이라니 황당하다” “차라리 경찰에 신고하지” 등의 비난과 한탄이 쏟아졌다. 일각에선 “허위 제보일 수 있다” “내부고발 시스템이 있는 기업도 저 정돈데 다른데 오죽할까”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등의 반응도 나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제보자에게 불이익만 안겼다(?)” LG생건 성희롱 고발 점주 계약해지 논란
입력 2016-01-07 08:07 수정 2016-01-07 1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