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누나의 천국 이야기 여든 세 번째 이야기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살신성인으로 봉사활동을 하다 쓰러진 고(故) 문명수 목사님을 기억하시나요?
고(故) 문명수 목사는 진도만나교회의 담임목사였습니다. 문 목사는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직후 자원봉사 팀을 꾸려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을 오가며 봉사활동을 펼쳤습니다.
문 목사는 세월호 침몰사고 일주일 전 단원고 학생들과 동갑인 막내아들도 수학여행을 다녀왔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더 마음 아파했었습니다.
그는 끼니도 거른 채 슬픔을 당한 유가족들을 진심어린 기도로 위로했고 음식제공과 청소, 운전 등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결국 몸을 아끼지 않고 밤낮으로 봉사활동을 하던 문 목사는 과로와 스트레스로 쓰러진 뒤 패혈증으로 하늘나라로 떠나고 말았습니다.
세월호 가족들은 헌혈증 300장을 모아 전달하며 문 목사의 쾌유를 빌었지만 끝내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문 목사의 막내아들 문광식 군은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 속에서도 열심히 공부 했습니다.
문 군은 수학 창의성 대회에서 수차례 수상하며 2016년 대학입시에서 고려대 신소재공학과에 합격했습니다. 그러나 문 군은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인해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아버지가 숨진 이후 가족에겐 투병 기간 동안 발생한 치료비와 수술비로 인한 부채만이 고스란히 남겨져 대학 등록금조차 마련할 수 없을 정도로 생활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의 도움이 이어졌지만 여전히 재정적인 부분에서는 힘든 상황입니다.
문 군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들은 전남교육사랑장학회는 6일 문 군에게 장학금 200만원을 전달했습니다.
장만채 이사장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좌절하지 말고 자신의 꿈을 향해 더욱더 열심히 노력해 달라”며 “사랑과 희생의 정신으로 봉사했던 문 목사의 정신을 잊지 말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데 노력하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문 군은 “장학금을 주셔서 감사를 드린다”며 “열심히 공부해서 아버지의 명예를 이어갈 수 있는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문 목사가 살아있었다면 아들의 대학합격 소식을 얼마나 기뻐했을까요? 김금숙 사모는 아들의 등록금을 구하지 못해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고 간구하며 기도 했을까요?
생전에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해온 아버지는 가족에게 많은 재정을 남겨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이 땅에 뿌려놓은 사랑과 희생정신은 사람들에게 아름답게 기억되어 도움의 손길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안타까운 아들을 향한 천국에서 보내온 아버지의 선물 아닐까요?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교회누나 83] 세월호 봉사중 숨진 故 문명수 목사의 ‘선물’ … “울지마, 아들”
입력 2016-01-07 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