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부른 인터넷 역주행” 헬조선 양심기업된 엘지

입력 2016-01-07 01:45 수정 2016-01-18 17:01
6일 D커뮤니티에 올라온 엘지 미담 사례
6일 P커뮤니티에 올라온 엘지 관련된 유머 게시물
6일 P커뮤니티에 올라온 엘지 관련된 유머 게시물
6일 Y커뮤니티에 올라온 엘지 창업주 관련 글
엘지 마케팅에 대한 엘지 마케팅팀의 답변을 담은 경향신문 기사 페북 캡처
‘이렇게 좋은 걸 왜 안 알려’ 노답마케팅으로 웃다가…

복지시설 가전 평생AS 무료 등 선행 소문에 감동


네티즌이 많이 모이는 커뮤니티를 요즘 둘러보면 LG와 관련한 웃긴 게시물이나 훈훈한 미담 사례를 자주 보게 됩니다. 대기업이면 일단 ‘까고’ 보는 네티즌 습성과도 배치돼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네티즌에게는 엘지가 제품 장점이나 선행을 스스로 드러내지 않는 것처럼 보이나 봅니다. 그래서 ‘보다 못해 네티즌이 직접 엘지 마케팅을 한다’식의 제목을 달고 글을 쓰고, 퍼나르고 있습니다. 최근엔 이 내용이 조금 더 진화해 ‘헬조선 양심기업’이라는 칭송까지 받고 있습니다.

6일 P커뮤니티에는 ‘엘지의 끔찍한 마케팅을 보다못해 직접 나선 강도’ ‘엘지의 끔찍한 마케팅을 보다못해 직접나선 토네이도’ 등의 제목으로 과거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엘지폰 덕분에 강도가 쏜 총에도 살아남았다’ ‘강력한 토네이도에 집이 몽땅 무너졌는데 엘지 냉장고는 멀쩡했다’는 외신이었습니다.



엘지가 발표한 무게보다 더 가벼운 엘지 노트북, 금도금을 한 게 뒤늦게 알려진 엘지 휴대전화 등도 SNS와 각종 커뮤니티에 자주 올라옵니다.

엘지 미담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날 D커뮤니티에는 ‘엘지는 복지시설 가전제품을 평생 AS해준다’는 소문이 올라왔습니다.


한 네티즌은 “복지시설에 기부를 좀 하려고 알아보는데 그쪽 실무자가 ‘기왕이면 엘지 제품으로 부탁한다’고 말해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엘지는 복지시설 것은 무제한 무료로 서비스 해준다’고 말하더라”고 놀라워했습니다.

‘진짜라면 대박이다’ ‘몰랐던 사실이다’ ‘엘지 대단하다’ 등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이에 대해 엘지전자측은 “사회적 약자 배려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지난 2004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다”며 “우리 회사가 가진 재능기부를 통해 기업의 당연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회복지시설이나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정, 조손가정, 장애인이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북한 목함지뢰 부상 장병 2명에게 5억씩 위로금을 줬는데 과세될 처지에 놓이자 이마저 내줬다’는 이야기도 인터넷에서 퍼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엘지그룹측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그러나 네티즌은 지난해 8월 위로금 쾌척 당시보다, 넉 달 후 위로금 과세 여부가 논란이 됐을 때 ‘엘지가 부상 장병에게 위로금을 줬다’는 게 더 크게 알려졌다며 “보면 볼수록 자꾸 호감”이라고 칭찬했습니다.

이런 엘지의 단편적인 사례가 모여 네티즌은 급기야 엘지를 ‘헬조선 양심기업’이라고 극찬하기에 이릅니다.

이날 Y커뮤니티에서는 ‘구인회 엘지 창업자가 거액의 독립운동자금을 내주었다’는 내용과 엘지전자의 정직한 마케팅 사례를 엮어 엘지를 착한기업으로 칭송하는 글이 올라와 많은 추천을 받았습니다.


최근 경향신문은 ‘엘지 마케팅에 대한 엘지 마케팅팀의 인터뷰’를 컨셉으로 청문회 같은 문답 기사가 실었습니다. 엘지는 실제 무게보다 더 무겁게 발표한 엘지 노트북에 대해 “PC 도색 작업에서 도료 오차가 약 10g 정도 생길 수 있고, 또 저울 오차 5g 정도를 감안해 조금 더 무겁게 스펙을 표기한다”고 답했습니다.

마케팅 부실을 묻는 말엔 “LG전자 제품에 깃든 고집스러운 장인정신을 높게 평가해 주시는 것으로 이해한다. 좋은 제품을 더욱 잘 판매하라는 애정 어린 충고로 감사하게 받아들이겠다”고 해명했습니다.


포털사이트 이 기사 아래 댓글에도 “대기업답지 않게 착하다”는 극찬 댓글이 줄줄이 달렸습니다.

한 네티즌은 “바보가 아니라 정직한 것 같다. 바보로 착각한 거 반성한다. 거짓말이 많은 시대에 살다보니 정직하면 바보로 생각하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는 댓글로 가장 많은 공감을 받았습니다.

요즘 네티즌 사이에서 엘지는 ‘착한 바보’로 통합니다. 대한민국 더 많은 기업이 ‘자꾸자꾸 보니 더 괜찮더라’는 평가를 받길 기대해 봅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