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일 수소탄(수소폭탄) 형태의 4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정세가 급속도로 얼어붙는 양상이다.
특히 이번 핵실험은 과거 핵실험과 달리 사전 예고나 징후가 없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국제사회가 받은 충격은 한층 극대화될 것으로 보여 북한이 왜 이런 방식을 택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조선노동당의 전략적 셈법에 따라 주체105(2016)년 1월6일 10시 주체조선의 첫 수소탄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며 4차 핵실험 사실을 알렸다.
북한은 과거 2006년 1차 핵실험부터 시작해 2009년 2차 실험, 2013년 3차 실험까지 모두 미국과 중국에 사전통보를 했지만 이번에는 이런 절차를 생략했던 것으로 우리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특히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핵개발과 관련 언급을 자제해 북한이 당분간 핵실험은 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던 터라 국제사회가 받는 충격은 한층 더 클 수밖에 없다.
김 제1위원장은 당시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경제·핵 병진노선에 대한 언급을 생략한 채 정치·군사 분야에 앞서 경제 분야를 먼저 거론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오는 5월 초로 예정된 노동당 7차 대회를 앞두고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등 평화적인 대외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당분간 핵실험을 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이 같은 외부의 시각에 마치 허를 찌르듯이 이날 북한이 전격적으로 핵실험에 나선 배경에는 내·외부적인 다목적 포석이 깔린 것으로 북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제사회에 경제·핵 병진노선을 재확인시키는 동시에 미국을 향해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오는 4월 미국에서 주요국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앞서 일종의 '시위'에 나섰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에는 예고 없이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반응을 확인한 다음 당 대회를 통해 외교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앞서 3차까지 핵실험을 거치는 동안 국제사회가 내놓을 수 있는 대북제재 카드는 나올 만큼 나왔고 현재 국제관계 판도에서는 고강도 대북제재 또한 쉽지 않다는 판단 아래 북한이 도박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성장 통일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악화돼 있고 미중 관계도 불편한 상황이라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고강도 제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부적으로 북한 당국이 오는 5월 36년 만에 열리는 당 대회를 앞두고 주민들에게 국방력을 과시함으로써 충성을 이끌어 내기 위한 계산된 의도라는 해석도 나왔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당 대회를 앞두고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의 개막 차원에서 군사적 능력 과시 차원이라고 봐야한다"라면서 "그래서 주민 충성을 끌어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날 정부 설명을 통해 "이번에 우리 공화국이 쟁취한 수소탄 시험의 눈부신 대성공은 민족의 천만년 미래를 억척같이 담보하는 역사의 대장거, 민족사적 사변"이라고 주장한 점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北, 중국조차 사전통보하지 않은 예고없는 핵실험 왜?”
입력 2016-01-06 2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