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부모는 세상의 전부니까요.”
인천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 어린이가 엄마를 보고 싶다어 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자신에게 끓는 물까지 끼얹고 혼수상태에 빠질 정도로 폭행을 한 엄만데 어떻게 그리워할 수 있을까하는 반응이 쏟아졌는데요. 특히 지난달 22일 친아빠와 동거녀에게 학대·감금 당하다 극적으로 탈출한 11세 소녀의 반응과 상반됐다는 점에서 네티즌들의 궁금증이 폭발했습니다.
친절한 쿡기자가 전문가들에게 그 원인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우선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보도내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법원은 지난 5일 자신의 딸인 A양(6)에게 끓는 물을 붓고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친엄마에게 친권 상실을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학대를 당한 A양은 정신과 진료 과정에서 의사에게 “엄마가 보고싶다”고 말했죠.
법원이 친권 상실 선고를 한 당일 JTBC는 A양을 진료한 김효정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말을 인용해 “엄마한테서 폭행을 당한 것은 맞지만 오히려 엄마를 찾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매일 학대를 받던 아동의 경우 가끔 상냥해진 부모의 모습을 보고 이를 진짜로 믿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작용한다”고 보도했습니다.
JTBC는 또 “전문가들은 피해 아동이 어릴수록, 가해 부모에게 분노하기보다 매달리는 반응을 보일 수 있다”며 “학대 사실을 생생히 기억하면서도 부모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며 애착을 갈구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같은 반응은 지난달 알려진 인천 11세 학대 소녀와 상반됐습니다. 친아빠와 아빠의 동거녀 등에게 2년 동안 감금·폭행당했던 이 소녀는 자신을 학대한 아빠를 처벌해 달라고 말했죠. 그런데 6살짜리 이 아이는 자신을 때리고 괴롭힌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홍창표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홍보협력 팀장은 이에 대해 “학대를 당한 영유아의 경우 분리불안을 겪을 수 있다”면서 “가해부모와 분리된 것만으로도 치료할 수 있지만 반대로 애착과 집착으로 트라우마가 표현되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이가 느끼는 그리움의 감정이 진심일 것이라고 단언하면서도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고 추정하기도 했는데요. 사리분별력이 떨어지는 어린 아이일수록 이런 현상이 많다고 합니다.
청소년상담사들도 같은 의견을 내놨습니다. 학대를 당한 아이들의 경우 외부 환경에 노출되지 않고 고립된 생활을 주로 한다고 하는데요. 이 때문에 또래 아이들에 비해 부모와의 애착이 강해 질 수 있다고 합니다. 어린 아이들은 부모와 자기 자신을 분리하지 못할 뿐더러 비교대상이 없어 상습적인 폭행에 시달려도 그것이 당연하고 그 삶이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거죠.
2가지 마음이 동시에 드는 양가감정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합니다. 양가감정이란 동일 대상에 대한 정반대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정신상태를 말하는데요. 일종의 애증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나를 때리고 괴롭혔어도 나를 먹이고 입히고 키웠기 때문에 폭행을 당했다고 하더라도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는 거죠.
이런 현상은 나이가 어릴수록 많이 나타난다고 하는데요, 어린 나이의 기준은 외부환경 접촉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대부분 미취학 영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을 전후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상황에 따라선 자신의 의견을 갖게 되는 사춘기를 전후로 나눠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며 아이의 상처가 치유 될 순 있을까요? 치유의 기준이 모호하지만 정상적으로 사회 적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본인의 노력과 환경요인에 따라 가능하다고 합니다. 아동학대의 후유증으로 우울증을 겪는다거나 유전적인 요인으로 잠재돼 있던 정신질환 등이 심화될 수 있지만 스스로가 자각하고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면 치유할 수 있다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나이가 어릴수록 치료시간은 단축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끔찍한 아동학대가 다시 발생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미 상처를 받은 아이들을 빨리 치유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돕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데요.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는 이 아이가 하루빨리 회복해 행복을 되찾는 것도 우리 사회가 책임지고 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이 아이의 행복을 빌어봅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친절한 쿡기자] “왜 보고 싶니?” 끓는 물 부은 엄마를 그리워하는 6살 아이
입력 2016-01-06 16:03 수정 2016-01-07 0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