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140자 글자수 제한 시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트윗 한 번에 1만자까지 허용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라고 미국 IT 전문매체 리코드(re/cord)가 비공식 소스를 인용해 5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 트위터는 개인간 주고받는 다이렉트 메시지(DM)에서 이미 140자 제한을 무너뜨렸습니다. 여기엔 1만자까지 쓸 수 있게 했습니다. 이번엔 그냥 뿌리는 트윗까지 1만자로 확대하겠다는 겁니다.
영문기준 140자 글자수 제한은 트위터의 정체성과도 같았습니다. 2006년 3월 탄생 때부터 10년 가까이 유지해온 원칙입니다. 보다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대신 빠르고 경쾌하게 소식을 전파하자는 의도였습니다. 리코드 보도를 보면 늦어도 1분기, 트위터 탄생 10주년이 다가오는 3월까지 140자 제한이 사라질 것으로 보이며, 대신 지금처럼 140자만 먼저 보여주고 더보기를 누르면 장문이 나오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했습니다. 또 오래된 것은 아래, 새로운 것은 위에 있는 타임라인을 뒤바꾸는 방법도 고심 중이라고 했습니다.
트위터 변화의 몸부림은 지난해부터 시작됐습니다. 본문은 놔두고 개인 다이렉트 메시지의 글자수 제한을 폐지할 당시 트위터 제품 관리자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방법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당시 트위터의 주식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공모가 아래로 떨어지는 수난을 겪었습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견줘 텍스트 중심이고, 트윗 남용이 심해 사용자가 정체돼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그렇지만 트위터는 한국에서 B급 SNS 문화를 구축하며 독특한 생태계를 형성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최근 대단히 한국적인 ‘트잉여’를 소개했습니다. “트위터에 자주 접속하거나 오래 머무르는 사용자들의 자조적 표현”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SNS도 한 줄로 요약했는데요.
싸이월드 = 내가 이렇게 감성적이다
블로그 = 내가 이렇게 전문적이다
페이스북 = 내가 이렇게 잘 먹고 잘 산다
카카오스토리 = 우리 애가 이렇게 잘 큰다
마지막으로 트위터 = 내가 이렇게 등신이다
이렇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실명으로 활동하는 SNS와 달리 트위터는 본인 확인 인증과정이 생략돼 오히려 ‘대나무 숲’ 역할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일상적 이야기를 아무렇게나 적어도 되는 매체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초기 팔로워 몇 명 없는 상태서 혼자 벽에다 대고 이야기하는 고독을 견디면 좀더 재밌게 소수 관심사를 나누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이버 폐허’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예측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140자 제한 없애고, 타임라인 뒤바꾸고…10살 트위터는 변신중
입력 2016-01-06 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