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에서 사는 한모(31·여)씨는 지난해 말 ‘산후조리원 동기’ 5명과 아이들을 데리고 괌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2013년 가을 출산을 한 한씨는 당시 강남구의 A산후조리원에서 ‘초호화’ 산후조리를 했다. 당초 계획했던 산후조리원보다 4배나 비쌌지만 ‘아이의 미래’를 위해 선택했다. 한씨는 “어릴 때부터 좋은 친구들을 만들어 주려고 무리했다”면서도 “산후조리원 동기 인맥을 무시하지 못한다. 이때 사귄 친구들과 그룹 활동도 함께하고 육아와 교육 정보도 주고받는다. 주변 엄마들보다 육아에 한 발 앞서나가는 느낌”이라며 만족해했다.
종로구에 사는 이모(34·여)씨도 비슷하다. 그는 지난해 8월 강남구 B산후조리원에서 산후조리를 했다. 이곳의 가격은 3주 기준으로 VIP실이 2500만원, 일반실은 600만원에 이른다. 배우 이보영과 이민정, 가수 서태지의 아내 이은성 등이 여기서 산후조리를 했다고 알려졌다. 이씨는 “산모가 푹 쉴 수 있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데다 고급 육아 정보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초호화 산후조리원이 새로운 ‘인맥 쌓기’ 장소가 되고 있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지갑 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세태가 반영된 결과다. 유명 산후조리원의 경우 임신 초기인 5∼8주 때 예약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다. 한 산후조리원 관계자는 “산후조리를 어느 지역에서 했는지, 어떤 엄마들과 교류했는지에 따라 아이의 활동 반경이 정해질 수 있다”며 “이 곳에서 만난 엄마들끼리 함께 문화센터도 다니고 과외도 시키고 한다. 때문에 타 지역에서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도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산후조리원 인맥’까지 만드는 행태는 육아 서비스의 고급화를 부추긴다. 평균 비용이 상승하고, 박탈감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산후조리원 이용요금 현황을 보면 평균 이용요금이 서울 293만원, 세종 270만원, 충남 221만원, 울산 219만원 등이었다. 시·군·구별 평균 이용요금은 경남 양산이 675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서울 강남(521만원), 서울 서초(405만원) 등 강남 3구도 높게 나타났다.
최윤경 육아정책연구원 박사는 “지난해 서울지역의 산후조리원 가격은 전년보다 약 10%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며 “고급화된 육아 서비스 시장에서 조리원도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모임이나 활동을 장려한다. 이는 가격 상승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소비자의 현명한 소비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미나 온라인 편집=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