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한겨레 보도로 알려진 일산 호수마을 4단지는 주민이 앞장서 경비원 최저임금을 지켜냈습니다. 이 아파트에 사는 공헌(55)씨는 지난달 10일 페이스북에 ‘내가 사는 아파트 주민이 자랑스럽다’며 올린 미담을 소개했습니다.
공씨가 사는 아파트에 당시 최저임금 인상으로 관리비 부담액이 올라 경비원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는 입주자대표회의 안내문이 올라왔다고 합니다.
공씨는 아파트 안에 붙은 여러 개의 소자보 사진을 올리면서 “각박한 인심에 우울했는데 어제 저녁 엘리베이터 안에 여러 장의 구조 조정 반대 소자보(?)가 붙었다. 이런 주민들과 같이 산다는 게 뿌듯하다”고 적었습니다.
주민들은 “몇명을 자르면 몇억이 절약된다는 식으로 관리비 총액을 내세우는 것은 중립적이지 못하다” “최저임금으로 경비원들의 생존권이 흔들린다면, 우리 스스로 사회적 모순에 앞장선 꼴이 된다” 며 입주자대표회 주장에 맞섰습니다.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은 “돈이 부족하면 입주민들이 좀 더 내면 되지 않겠냐.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건 아주 좋은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적기도 했습니다.
3일 본보 기사에 언급된 아파트 입주민대표회의 임원은 이 초등생과 완전히 생각이 달랐습니다.
임원이라던 여성은 4일 본보에 전화를 걸어와 “기사 때문에 아파트 이름이 공개돼 피해를 보고 있다”며 문제가 아닌 것을 문제로 보도했다고 펄쩍 뛰었습니다.
이 여성은 “우리 아파트는 휴게시설이 굉장히 잘 돼 있다”며 쉬는 시간에도 시급을 쳐서 줘야하는 거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그는 “최저시급을 맞추려면 경비원 수를 줄여야 하는데 그것 보단 휴게시간을 늘려 모두가 일할 수 있는 걸 경비원도 원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한 60대 경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휴게시간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상 대기기간”이라고 하소연했습니다. 휴식시간이라도 해도 주민이 부르거나 관리소 호출이 있으면 바로 가야 한다는 겁니다.
그는 “휴게시간 동안 5분 거리의 집에 가지 못했다”면서 “한 동료는 휴게시간에 학원을 다녔다가 그걸 빌미로 해고되기 했다”고 말했습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