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거점으로 판돈이 700억원에 이르는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인터폴에 ‘적색수배’된 40대가 필리핀에 입국하려다 우리나라로 강제송환됐다. 강신명 경찰청장이 지난해 11월 필리핀을 방문했을 당시 이민청에 한국인 범죄자를 입국 단계에서 우리나라로 추방해줄 것을 요청한 데 따른 첫 사례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임모(40)씨는 2013년 5월 중국 산둥)성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개설했다. 1만4000명이 판돈으로 임씨에게 입금한 돈이 706억원에 달했다. 임씨는 300차례 넘게 사이트 주소를 옮기며 추적을 피했다. 수익을 얻는 방식은 도박 한 판에 판돈의 4.8%를 딜러비 명목으로 뜯는 것이었다. 그가 이듬해 6월까지 1년1개월간 벌어들인 부당이득은 300억원이나 됐다.
경찰은 지난해 6∼7월 태국에 도피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및 인터넷 도박 사범 68명을 무더기로 검거했을 때 공범들로부터 임씨의 정체를 확인했다.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그를 인터폴에 적색수배했다. 임씨는 6개월가량 도피를 이어갔지만, 최근 필리핀을 방문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이달 2일 중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필리핀으로 넘어간 임씨는 필리핀 이민청의 마닐라공항 입국심사 과정에서 입국을 거부당했다. 이민청은 한국 인터폴과 필리핀 경찰청에 파견된 ‘코리안데스크’ 서승환 경감에게 임씨의 입국 사실을 통보하고 우리나라로 추방했다. 경찰은 마닐라공항에서 우리 국적기에 타는 임씨를 체포해 4일 오전 국내로 송환했다.
이민청은 중국으로 돌아가려던 임씨를 공항 내 입국심사 보류자 대기실에 30시간 넘게 붙잡아두며 호송을 담당할 우리 경찰관이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끌어주는 등 충실히 협조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인터폴 적색수배 피해 도피 중이던 700억대 도박사이트 운영자, 필리핀 입국하려다 ‘덜미’
입력 2016-01-05 1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