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부의 위안부 협상을 놓고 국론이 분열되고 있습니다. “일본을 용서해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자”는 주장과 “위안부 할머니들께서 진정으로 원하는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하자”는 주장이 극렬히 맞서고 있는데요. 양 극으로 치닫은 입장은 맞닿을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는 듯 합니다.
엄마부대와 탈북엄마회, 나라지키기 연합, 정의행동, 학부모엄마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정대협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한일 위안부 협상 결과를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습니다.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역대 어느 정부도 해결 못한 협상을 이끌어냈다”며 “이제라도 일본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주 대표는 이어 “할머니를 앞세워 제 2의 세월호 사건이나 제 2의 광우병 사태로 키워나가 사회를 어지럽히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는데요.
이들은 피켓으로 “저희 가족도 일제 징용에 끌려가 죽도록 맞아 돌아가셨습니다” “이제 아베의 사과를 받았으니 남은 여생 마음 편히 지내십시오” “아베 수상의 사과를 받아드려 더 강한 대한민국을 후손들에게 물려줍시다” 등의 주장을 내세웠습니다.
반면 엄마단체들의 시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일부 시민들의 시선도 있습니다. “용서는 위안부 할머님들께서 하는 것 아닙니까” “자식들의 일이라면 이렇게 하겠습니까” “위안부 할머니들은 국제 인권법이 보장하는 권리의 청구 주체입니다. 선택은 할머니들께서 합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는데요.
분열된 국론은 타협의 여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정대협 측은 보수단체 회원들과 만나서 대화하자고 했지만 거절됐습니다.
대화의 부재는 정부의 협상 이전에도 나타났는데요. 협상 직전 위안부 할머니들과 대화를 나눴다면 이런 정치적 분열로까지 번지지 않았을 거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합의 이후에도 양측이 한자리에 모인 토론회 한번 열리지 않고 있죠.
대화는 어려운 게 아닙니다.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는 자리가 생겨나길 바랍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아베 사과 받아들입시다” 엄마단체 시위… 엇갈린 국론
입력 2016-01-05 00:02 수정 2016-01-05 08:11